미국 정부가 5일 0시(현지시간·한국시간 5일 오후2시)부터 대 이란 제재를 완화한 지 2년 10개월 만에 이란산 원유 수입 금지 등 경제·금융 제재를 전면 되살렸다. 따라서 이날부터 이란산 원유, 천연가스, 석유화학제품 등을 수입하는 외국 기업들은 미국의 제재 대상에 포함된다. 2015년 미국 등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5개 상임이사국과 독일은 이란과 핵합의(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를 타결, 이듬해 1월부터 제재 완화에 들어간 바 있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미국은 한국을 포함한 8개국에 대해서는 한시적 예외를 인정해주기로 했다. 아직 미국의 공식 발표는 나오지 않았지만 블룸버그통신은 미 정부 고위 관리를 인용해 “미국이 일본과 인도, 한국을 포함한 8개국에 대해서는 한시적으로 이란산 원유를 계속 수입할 수 있도록 예외를 인정하는 데 동의했다”고 전했다. 뉴욕타임스(NYT)도 고위 관리를 인용해 인도, 한국, 일본, 중국 등 이란산 원유를 가장 많이 수입하는 국가들이 예외국에 포함될 것이라고 보도했고, 로이터통신도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 터키, 인도, 한국이 예외국에 포함돼 있다고 알렸다.
우리나라는 대 이란 제재 복원 시 국내 기업의 피해가 우려됨에 따라 제재 복원 조치가 이뤄져도 석유화학업계에 긴요한 이란산 콘덴세이트(초경질유)의 수입을 지속해야 하며, 한국-이란 결제시스템 유지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지켜왔다.
지난 5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오바마 정부 시절이던 2015년 7월 타결된 이란 핵합의에 대해 이란이 핵프로그램 감축이라는 합의 조건을 어겼다고 주장하며 일방적으로 합의를 파기했다. 이어 금·귀금속, 흑연, 석탄, 자동차, 상용기·부품·서비스 수출 등의 분야에서 이란과 거래한 기업·개인을 제재하는 1단계 제재를 지난 8월 7일부로 재개했다.
이번에 복원된 2단계 제재는 이란의 원유, 천연가스, 석유화학 제품, 항만 운영·에너지·선박·조선 거래, 이란 중앙은행과의 거래 등을 제한한다. 이란산 원유, 천연가스, 석유화학 제품의 수출을 막고 국영 석유회사(NIOC), 국영 선박회사, 이란 중앙은행 또는 이란 내 은행과의 외국 거래를 차단하는 강도 높은 내용이 포함되어서 사실상의 ‘본 제재’로 알려졌다. 이란의 기간 산업체인 주요 국영회사들이 제재 리스트에 포함되고 이란산 원유, 천연가스, 석유화학 제품을 수입하는 외국 기업들도 미국의 제재 대상이 됐다. 미국은 이를 통해 이란의 원유 수출을 ‘0’으로 만들어 이란 경제를 고사시키겠다고 말해왔다.
따라서 2단계 제재 동참 국가들은 이란산 원유 및 석유제품 수입 중단으로 자국 경제에 큰 영향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미 정부는 이번 제재가 국제 유가 등 세계 경제에 미칠 파장, 이란산 원유 수입 중단에 따른 개별 국가의 타격 등 여러 요소를 고려해 8개국에 대해서는 예외를 인정하겠다고 밝혔다. 이란산 원유 수입량을 지속적으로 감축하는 것을 조건으로 해 6개월(180일)간 한시적으로 원유를 계속 수입할 수 있도록 면제하는 것이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부 장관은 지난 2일 컨퍼런스콜에서 8개국에 대한 ‘일시적 면제’ 방침을 밝히고 면제 대상국을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이들 나라는 이란산 원유를 계속 수입할 수 있도록 면제 조치를 부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다원인턴기자 dwlee618@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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