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 일본 정부가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과 관련해 자국 여론을 겨냥하며 연일 강경 발언을 쏟아내고 있지만 지지율 상승효과는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5일 교도통신이 3~4일 전국 유권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아베 내각의 지지율은 47.3%로 지난달(10월2~3일) 조사 때의 46.5%와 비슷했다. 지난달 30일 한국 대법원이 일본 기업인 신일철주금에 대해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리자마자 일본 정부가 연일 한국을 강도 높게 비판하며 강경 자세를 보였지만 한일 관계가 악화된 과거의 비슷한 사례와 달리 내각 지지율 상승으로 이어지지 않은 것이다.
아베 총리는 배상 판결 직후 “국제법에 비춰볼 때 있을 수 없는 판단”이라고 즉각적으로 반발했고, 일본 정부는 판결이 나온 지 2시간여 만에 기다렸다는 듯이 이수훈 주일 한국대사를 외무성으로 불러 항의했다. 일본 정부도 한국 강제징용 피해자들에 제소당한 일본 기업들에 대해 배상 거부 지침을 내리며 신속하게 움직였고 아베 총리는 ‘징용공’이라는 말 대신 강제성이 빠진 ‘옛 한반도 출신 노동자’라는 표현을 쓰며 한국을 자극했다.
그러나 이런 강경 자세를 취한 배경에는 한일 간 갈등이 부각될수록 정권의 구심력이 강해질 것이라는 판단이 영향을 미쳤지만, 생각만큼 지지율이 올라가지는 않은 것이다.
아베 정권은 작년 초 부산의 일본 총영사관 앞 위안부 소녀상 설치 문제가 양국간 이슈로 불거졌을 때 아베 총리가 직접 방송에 출연해 “한국이 10억엔을 받았으니 한일합의를 이행하라”고 자극하고 주한 일본 대사를 소환조치하며 강경대응해 사학스캔들로 급락했던 지지율을 5%포인트가량 끌어올리는 효과를 본 바 있다.
강제징용 판결에 대한 강경대응에도 아베‘ 정권의 지지율이 제 자리 걸음을 한 것은 한일간의 갈등이 납치 문제 해결을 위해 북한과의 관계 정상화를 꾀하는 일본에 그다지 이익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심리가 퍼져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소비세 인상과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문호 확대, 오키나와 기지 이전 문제 등 다른 이슈들에 관심이 집중되며 상대적으로 강제징용 판결에 대한 주목도가낮았던 것도 이유로 꼽힌다.
/이현호기자 hhle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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