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각종 부동산 대책 여파로 서울 아파트 시장에 찬바람이 불고 있다. 호가를 내리는 집주인들이 최근 들어 조금씩 늘고 있지만 매수자들은 좀처럼 구매 의사를 드러내지 않는 분위기다. 이에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 아파트값은 2주 연속 떨어진 데 이어 용산구와 동작구도 이번 주 수년 만에 처음으로 집값이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감정원이 1일 발표한 ‘주간 아파트 동향’에 따르면 10월 5주(10월 29일 기준) 서울 아파트값은 0.02%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주(0.03%)보다 오름폭이 소폭(0.01%포인트) 줄어든 것으로 8주 연속 상승폭이 감소했다.
강남 3구의 경우 지난주 약 3개월 만에 하락 전환했던 것에 이어 이번 주는 낙폭이 더 커진 것으로 조사됐다. 강남구는 지난주 -0.02%에서 이번 주 -0.06%로, 서초구는 -0.02%에서 -0.07%로 각각 하락폭을 키웠다. 송파구도-0.04%에서 -0.05%로 집값이 더 떨어졌다. 실제 대치동 은마, 송파구 잠실 주공5단지 등 강남 주요 재건축 단지는 벌써 이른 겨울을 맞는 분위기다. 정부의 연이은 대책에도 그간 꿈쩍하지 않던 집주인들이 호가를 내리고 있지만, 집을 보러오는 매수자는 거의 없다는 게 일대 중개사들의 전언이다.
대치동의 M공인 관계자는 “지난달 초 18억5,000만원의 최고가를 찍었던 은마 전용 76㎡ 로열층 매물이 17억 원으로 값을 내려도 팔리지 않는다”면서 “16억 원 초반까지 호가를 내려도 거래가 될 수 있을까 싶다”고 했다. 잠실동의 S공인 관계자는 “잠실 5단지 전용 76㎡ 호가가 18억 원까지 내려갔고 최근 17억 원대에도 매물이 나온다”면서 “그래도 매수자는 전혀 관심이 없는 분위기”라고 했다. 서초구 반포동의 한 중개사도 “래미안퍼스티지 등 신축 단지와 달리 구반포 재건축은 분명 하락세”라면서 “최고가 45억 원까지 갔던 반포주공 1단지 전용 140㎡가 최근 40억7,000만 원에 거래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 주 특징은 강남 3구와 함께 하락 전환한 곳들이 추가로 늘었다는 것이다. 재개발 등 정비사업과 개발 호재 등으로 급등세를 보였던 용산구와 동작구가 그 주인공들이다. 용산구는 이번 주 0.02% 집값이 떨어져, 2015년 1월 2주 이후 약 3년 10개월 만에 첫 하락을 기록했다. 동작구 역시 이번 주 -0.02% 기록하면서 2017년 9월 3주 이후 약 1년 1개월 만에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용산구 산천동의 S 공인 대표는 “리버힐삼성은 매물도 없고 매수 문의도 없어 가격 조정도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동작구 상도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상도엠코타운센트럴파크는 10월 중 거래가 한 건도 없었다”면서 “전용 84㎡는 이전 최고가인 11억2,700만원 수준에 매물이 나와도 매수자가 찾지 않는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런 서울의 하락세는 경기권에도 영향을 끼쳤다. 경기는 지난주 0.11% 올랐지만 이번 주 0.06%로 오름폭이 크게 줄어든 것이다. 특히 넘쳐나는 공급량에 애를 먹고 있는 파주(-0.08%), 평택(-0.10%) 등 뿐만 아니라 강남권 시장에 동조하는 경향이 강한 성남 분당구까지 -0.01%로 하락 전환한 것으로 조사됐다. 분당의 아파트값이 떨어진 건 7월 4주 이후 14주 만이다. 다만 고양 덕양구(0.36%) , 부천(0.36%) 등 일부에서는 여전한 상승을 보였다.
한편 대책 이후 거래절벽은 심화 되고 있다. 국토교통부의 실거래가(계약 체결일 기준) 현황을 보면 서울 아파트 거래 건수는 9월 5,746건에서 10월 771건으로 86% 감소했다. 경기도 거래건수도 이 기간 동안 1만 7,906건에서 4,838건으로 73% 줄었다./이완기·이재명기자 kinge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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