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꼴찌는 있어도 포기는 없다.’ 1일 개막한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A+라이프 효담 제주오픈(총상금 5억원)에 출전한 신경철(28·사진)은 두 번 주목을 받았다. 한 번은 한 홀 18타라는 불명예 기록, 또 한 번은 포기의 유혹을 이겨낸 당당함 때문이었다.
신경철은 올 시즌 정규 투어에 조건부 시드권자로 데뷔한 늦깎이 신인. 그는 이날 제주 세인트포 골프장 마레·비타 코스(파72·7,433야드)에서 20오버파 92타라는 ‘주말골퍼 스코어’를 기록했다. 바람을 생각하면 나머지 홀에서의 버디 1개와 보기 7개는 수긍이 가는 수준이다. ‘재앙’은 4번홀(파4·424야드)에서 벌어졌다. 1번홀에서 경기를 시작한 신경철은 이 홀에서만 OB(아웃오브바운즈) 7개를 쏟아낸 끝에 기준타수(4타)보다 무려 14타나 많은 18타를 적어냈다. 드라이버 샷 OB 세 차례 후 클럽을 2번 아이언으로 바꿔 티샷을 했지만 두 차례 OB를 보탰다. 3번 아이언 티샷을 페어웨이로 보내고서야 티잉그라운드를 벗어날 수 있었던 그의 불행은 끝이 아니었다. 페어웨이에서 3번 아이언으로 친 12타째와 14타째 볼도 OB 구역으로 날아갔다. 16타 만에 그린에 볼을 올린 그는 2퍼트를 한 뒤 길고 길었던 4번홀을 벗어났다. 한 홀 OB 7개와 18타는 모두 KPGA 투어 역대 최악의 참사였다. 종전 기록은 제피로스GC에서 열린 2007년 토마토저축은행 오픈 2라운드 5번홀(파4)에서 김창민이 남긴 OB 6개와 17타였다.
라운드 초반이었기에 기권을 선택할 수도 있었다. 기권을 했으면 불명예 기록을 남기지 않았겠지만 신경철은 유혹을 뿌리쳤다. 볼도 4번홀에서 7개를 잃어버려 1개밖에 남지 않은 상태였다. 경기 후 “샷이 아무리 안 되고 성적이 좋지 않더라도 프로로서 경기를 중간에 포기한다는 것은 한 번도 생각해본 적 없다”고 설명한 그는 “90대 타수를 기록한 게 언제였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중학교 2학년 때쯤이 마지막이 아니었을까 한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5월 KB금융 리브챔피언십 공동 13위, 6월 먼싱웨어 매치플레이 16강에 오르기도 했던 신경철은 내년 시드 확보를 위해 오는 6일부터 열리는 퀄리파잉 테스트에 나설 예정이다.
한편 통산 1승이 있는 이정환(27·PXG)이 5언더파 67타로 단독 선두에 나섰고 통산 5승의 베테랑 황인춘(44)과 박경남(34)이 4언더파로 1타 차 공동 2위에 올랐다.
/박민영기자 my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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