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와 여성가족부, 국가인권위원회가 공동 구성·운영한 ‘5·18 계엄군 등 성폭력 공동조사단’이 31일 발표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계엄군은 10~30대 학생과 주부, 생업 종사자를 가리지 않고 성범죄를 저질렀다. 성폭행 피해자 대다수는 총으로 생명을 위협당하는 상황에서 군복을 입은 2명 이상의 군인들로부터 피해를 보았다고 진술했다.
공동조사단은 올해 7월 9일부터 10월 23일까지 특전사 등 20개 기관을 대상으로 벌인 현장 조사 결과, 가해자와 소속 부대를 알 수 있는 진술이 나왔다. 특히 시민군이 조직화하기 전인 1980년 5월 19일에서 21일 사이에 계엄군의 성폭행이 금남로·장동·황금동 등 광주 도심과 광주교도소 부근과 상무대 등에서 빈번하게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인권위 등은 피해자 진술과 5·18 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 병력배치, 부대 이동 작전일지 등을 토대로 성폭행에 가담한 부대로 3공수, 7공수, 11공수특전여단 등 3개 부대를 지목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사단 관계자는 “이들 부대가 5·18 초기 때 작전 수행을 했다”며서 “옷(군복) 무늬(얼룩무늬)나 피아식별을 위해 착용한 흰 띠 등으로 추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공동조사단의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계엄군의 병력배치 및 부대 이동경로를 따져보면 범죄를 저지른 가해자를 가려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공동조사단에서 당시 작전 일지와 피해자 진술 등을 종합해 가해 부대의 단위부대까지 특정한 것으로 안다”며 “그러나 수사권이 없어서 해당 부대의 인사자료에 대해 접근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국방부는 이에 대해 ‘5·18 민주화운동 진상규명조사위원회’(이하 5·18 진상조사위)가 구성되어 본격적으로 활동하면 조사를 적극적으로 지원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국방부의 한 관계자는 “5·18 진상조사위가 법적인 권한을 부여받은 만큼 가해 부대와 가해자의 실체를 규명할 수 있을 것”이라며 “국방부는 5·18 진상조사위의 조사활동을 적극적으로 지원해 실체적인 진실을 규명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진상조사단은 군 당국이 5·18계엄군에 참여했던 가해자들의 양심고백을 촉구하고, 현장 지휘관 및 성폭력 행위자에 대해 조사를 벌이는 한편 가해자 처벌 대책을 마련하라고 주문하고 있다.
/권홍우기자 hongw@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