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문재인 대통령은 23일 국무회의에서 평양선언과 군사 분야 합의서를 의결하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는 길일 뿐만 아니라 한반도 위기 요인을 없애 경제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불이익을 받아온 접경 지역 주민에게 가장 먼저 혜택이 돌아갈 것”이라며 “북한 주민들의 인권을 실질적으로 증진시키는 길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평양선언과 군사 분야 합의서를 비준했다. 평양선언은 수일 내 관보에 게재돼 효력이 발생한다. 군사 부문 합의서는 북쪽과 문본을 교환한 후 관보에 게재돼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일단 판문점선언 비준 없이 평양선언 비준이 이뤄질 것으로 보이면서 대북 협력과 관련해 혼선이 있을 수 있다. 예를 들어 판문점선언에는 ‘동해선 및 경의선 철도와 도로를 연결하고 현대화하기 위한 대책들을 취해간다’고 돼 있는 반면 평양선언에는 ‘올해 내 동·서해선 철도 및 도로 연결을 위한 착공식을 갖기로 한다’고 돼 있다. 김 대변인은 “(평양선언은) 독자적인 성격을 갖고 있다”고 말해 판문점선언에 대한 비준 없이도 평양선언에 근거해 올해 착공식을 할 수 있다고 시사했다. 반면 야당은 “판문점선언이 비준되지 않았다”며 반발할 수 있다. 이 점은 비핵화 없는 남북 경협에 도끼눈을 뜨는 미국과 또 다른 마찰이 될 수 있다. 군사 분야도 논란거리다. 역시 미국은 군사 분야 합의 사안에 탐탁지 않은 시선을 보내왔는데 우리 정부가 이를 국회 동의도 없이 비준하면서 우리에 대한 불만을 표출할 수 있다.
청와대의 판단이 자의적이라는 지적도 있다.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은 국무회의장에서 기자단과 만나 “과거에도 원칙과 선언적 합의에 대해 (국회 비준 동의를) 받은 것은 없었다”며 “구체적 합의들을 갖고 나중에 중대한 재정적 부담을 만들 때는 국회 (동의 절차에) 해당하는 것이지 선언적 합의에 대해서는 그렇게 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판문점선언이나 평양선언 모두 선언적 합의인데 판문점선언은 국회 비준을 추진하고 평양선언은 추진할 필요가 없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의견이 나온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애초에 판문점선언·평양선언 모두 국회에서 비준할 성격이 아니었는데 정권이 바뀌어도 계속되는 합의를 추진하다 보니 청와대가 같은 성격의 판문점선언은 국회 비준을 추진하고 평양선언은 안 하는 일이 벌어졌다”고 지적했다. /이태규기자 classic@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