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등으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이 우리 사회와 일자리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에 대한 논쟁이 뜨겁다. 영국 옥스퍼드대의 칼 프레이와 마이클 오즈번 교수가 ‘기술 예측과 사회 변화(2017)’라는 학술지에 기고한 ‘고용의 미래’에 따르면 미국에서 20년 이내에 AI로 대체될 가능성이 높은 직종이 전체의 47%에 해당한다고 한다. 그 외의 국내외 연구에 따르면 앞으로 소프트웨어 개발자, AI 및 빅데이터 전문가 등 첨단기술과 관련된 직업, 문화예술과 사회복지 등 인간의 창의성과 감수성이 필요한 직업 등은 유망한 반면 반복적인 단순 노무직은 자동화해 점차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이러한 기술 발전과 일자리 변화에 대응하고자 세계적인 기업들은 필요한 조직을 새롭게 만들고 이에 적합한 인력을 충원하며 전문가를 육성하는 일에 사활을 걸고 있다. 구글의 자회사 ‘딥마인드’는 이세돌 9단을 이긴 ‘알파고’를 만들어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바 있다. 구글은 다른 글로벌 기업과 인재 유치를 위한 경쟁을 벌이고 있으며 중국에 이어 프랑스에도 AI센터 설립을 추진하고 있고 최근에는 우리나라의 AI 특허까지 잠식하고 있다.
최근 국내에서도 선도적 대기업들이 AI 관련 연구소 또는 센터를 설립하고 세계적인 전문가들을 영입하고 있다. 그들은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MS) 출신의 AI 전문가에 더해 애플의 음성인식 서비스인 시리의 개발자 등도 최근 영입했다고 한다. 조직 신설 및 전문가 영입과 더불어 입직 단계에서 우수 인력을 채용하고 전문가가 조직에서 계속해서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한데 그 기초 작업은 직무 분야의 신설이다.
이런 흐름을 감안해 국내의 한 대기업은 소프트웨어 직군을 신설해 조직의 경쟁력을 키우고 있으며 최근에는 계열사별로 딥러닝·빅데이터 직무 등 세부 직무별 채용도 하고 있다. 또 다른 대기업도 소프트웨어 직군을 신설했으며 은행 등 금융권 또한 디지털·정보기술(IT) 직군을 신설하고 있다.
정부도 4차산업혁명위원회·과학기술정보통신부·산업통상자원부 등의 관계기관이 협업해 4차 산업혁명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이 결실을 보려면 새로운 분야에 필요한 인재를 충원하고 전문 역량을 강화할 수 있게 뒷받침해주는 인사제도가 필요하기에 인사혁신처는 미래 환경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공직 사회를 만들기 위한 직렬·직류 개편을 준비하고 있다. 수요가 없거나 정부가 직접 수행하지 않아도 되는 일부 직렬 등을 통폐합하고 빅데이터 분석·관리 등 새로운 업무를 담당할 직렬·직류를 신설하고자 한다.
‘적재적소’는 적합한 재능을 가진 인재에게 적합한 직무와 임무를 부여한다는 인사 원칙이지만 ‘적소적재’라고 해도 좋을 것 같다. 사람을 보고 자리를 만드는 것이 아니고 꼭 필요한 자리에 가장 적합한 사람이 배치돼야 하기 때문이다. 공무원의 직렬·직류 개편이 미래 사회를 선도하기 위해 꼭 필요한 직군을 만들고 세계적 인재를 육성해나가기 위한 변곡점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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