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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폼페이오 4차 방북]核신고 뺀 채 '영변사찰-종전' 교환?…결국 FFVD 장기전 가나

비핵화, 정상회담 구체적 일정

실무단 꾸려 조속히 협의키로

美 관리 "시간 많이 드는 작업"

디테일 빠진 비핵화 험로 예고

美 '남북미중 평화협정' 구상

문재인 대통령이 7일 오후 방북 직후 청와대를 찾은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을 만나 한반도 비핵화 일정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7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면담을 통해 남북 간 ‘평양공동선언’ 이후 급진전 된 북미관계 개선 움직임을 바탕으로 비핵화와 2차 북미정상회담을 구체화하는 협의를 이룬 것으로 보인다.

이번 북미협상의 핵심은 평양공동선언에서 남북이 합의한 동창리 엔진시험장과 미사일발사대 및 영변 핵시설 폐기에 더해 추가 비핵화 조치가 도출될 수 있느냐이다. 외교가에서는 미국이 본토를 위협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폐기 등을 요구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날 평양을 찾은 폼페이오 장관은 김 위원장과 함께 카운터파트 격인 김영철 통일전선부장을 만나 한반도 비핵화 및 평화체제 구축 방안을 집중적으로 논의한 것으로 관측된다.

하지만 북한이 예민하게 반응해온 ‘북핵 리스트 신고’는 이번 협상에서 제외됐을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일각에서는 양측이 북한의 전체 핵 리스트 신고 없이 일부 시설에 대한 비핵화 검증에 합의를 본 것 아니냐는 분석도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미 워싱턴포스트(WP) 인터뷰 등을 통해 ‘선(先) 영변 핵시설 폐기-종전선언, 후(後) 핵 리스트 신고·검증’이라는 구체적인 중재안을 내놓은 것과 트럼프 대통령이 비핵화 시간표를 늦춘다는 발언을 한 점을 고려할 때 이 같은 분석에 힘이 실린다. 영변 핵에 더해 ICBM 폐기가 거론됐을 가능성도 크다.



그러나 북미가 비핵화 협상의 중요 절차인 핵 신고·검증을 뒤로 미루고 영변 핵시설 폐기와 종전선언을 맞교환할 경우 완전하고 불가역적이며 검증 가능한(CVID) 비핵화는 어려워질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신고→사찰→검증→불능화→폐기’로 이어지는 비핵화 조치의 첫 과정인 신고는 북한 핵시설 목록, 설계정보, 운영기록 등을 파악하는 핵심절차다. 첫 단계가 생략될 경우 북한의 핵 보유 규모를 파악할 수 없어 완전한 검증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서울경제신문 펠로(자문단)인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전체 핵 신고가 아닌 살라미식 핵 검증은 그간 미국이 주장한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북한의 비핵화(FFVD) 원칙에서 후퇴한 것”이라며 “영변 핵시설 폐기와 종전선언 빅딜이 이뤄지면 북한만 외교·경제적 고립에서 탈피하고 비핵화는 물 건너갈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핵 신고라는 ‘디테일’이 빠졌을 경우 비핵화 협상은 장기전이 될 수밖에 없다. 폼페이오와 동행한 미국 관리는 이날 로이터 통신을 통해 비핵화 협상 진행상황이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드는 작업(a long haul)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폼페이오의 방북 성과가 이 정도에서 머물 경우 미국 의회 및 국내 보수층 사이에 ‘비핵화 회의론’ 목소리가 커질 가능성도 높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오는 11월6일 중간선거를 앞두고 유권자에게 북핵 문제의 성과를 강조하기 위해 북한의 주장을 많이 수용한 것 아니냐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

폼페이오의 이번 비핵화 행보에서 또 하나 눈길을 끄는 점은 ‘평화협정’에 대한 중국 참여를 언급한 부분이다. 그는 6일 일본으로 향하는 기내에서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의 중국·러시아 방문과 관련한 질문에 “우리가 잘해내서 끝에 다다를 때 (한국전쟁) 정전을 끝내는 평화협정에 서명하게 될 것이고 궁극적으로 중국이 그 일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사실상 미국이 남북미중이 참여하는 평화협정을 구상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다만 협상에 앞서 미국이 FFVD 원칙을 재강조하고 북은 이에 대응해 미국의 대북 제재를 강도 높게 비난하는 상황을 볼 때 협상이 난항을 겪었을 것이라는 전망도 만만치 않다. 최 부상은 폼페이오 장관과 김 위원장 간 면담이 예정된 이날 모스크바에 도착해 방문 목적을 묻는 기자에게 “(북중러) 3자 협상을 하러 왔다”고 밝혀 비핵화 협상 전쟁에 대비하기 위한 우군 확보에 주력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김 위원장과 면담한 뒤 문재인 대통령을 예방했다. /박우인기자 wi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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