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에 따르면 김미란 산부인과 교수에게서 혈관평활근종 제거 로봇수술을 받은 36세 여성 K씨가 자연임신으로 올해 5월 둘째아이를 정상분만했다.
혈관 벽을 구성하는 근육인 평활근에 생기는 혈관평활근종이 자궁에 발생해 국제학술지에 보고된 사례는 지금까지 18건뿐이다. 개복수술이나 복강경수술을 받고 임신출산한 사례도 없었다. 혈관평활근종은 주로 40~60대 중년 여성에서 다리에 통증을 동반한 상태로 생긴다. 영상 검사로 진단이 어렵고 종양이 혈관으로 뭉친 덩어리라 다른 종양에 비해 안전하게 떼어내기가 까다롭다.
K씨는 지난 2011년 첫째를 순산했지만 둘째 임신에 어려움을 겪었다. 2년 전 3.5㎝ 크기의 변성된 자궁근종이 발견됐고 지난해 심한 하복부 통증으로 서울성모병원 산부인과를 찾았다. 초음파 검사에서 근종의 크기가 4.5㎝로 자란 것으로 확인돼 로봇수술을 택했다. 근종을 제거할 때 정상 자궁손상을 최소화하고 남은 자궁을 꼼꼼하게 봉합하는 등 정교하게 재건해야 임신 가능성을 높이고 임신 중 자궁파열 위험을 낮출 수 있어서다.
자궁근종이 크고 다른 조직과의 유착이 심하거나 근종 숫자가 많고 위치가 나빠 복강경수술이 어려운 경우도 로봇수술이 유리하다. 복강경 수술보다 훨씬 나은 시야를 확보하면서 정교한 수술을 할 수 있어 절개부위·출혈·수술 후 통증과 흉터, 수술부위 유착·자궁손상을 최소화할 수 있고 회복도 빠르다. 김 교수는 650건이 넘는 자궁근종 로봇수술을 했다. 국내 1위다. 또 자궁내막을 누르거나 침범한 거대 근종을 로봇수술로 절제한 기혼여성 중 임신을 원하는 환자의 79%가 자연임신에 성공했다.
자궁근종은 자궁근육 세포의 유전자 돌연변이로 발생하는 양성종양이다. 이른 초경, 늦은 결혼·출산·폐경, 임신 무경험, 비만 등이 위험요인이다. 자궁근종의 크기나 위치에 따라 월경과다·월경통·골반통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자궁을 누르거나 자궁 안으로 돌출돼 있으면 난임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근종이 있는 상태에서 임신을 하면 조산을 하거나 태아의 위치가 잘못돼 제왕절개를 하게 될 수 있다. 자궁근종으로 건강보험 진료를 받은 여성은 지난 2011년 26만3,285명에서 지난해 36만5,247명으로 39% 증가했다.
김 교수는 “자궁근종은 미혼여성을 포함해 모든 여성에게 생길 수 있는데 그저 아랫배(똥배)가 나왔다거나 살이 쪘다고 생각해 진단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다”며 초음파 등 정기 검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또 “임신을 해야 하니 자궁을 건드리는 수술은 무조건 안 된다고 생각하고 계속 경과관찰만 하는 경우도 있는데 임신을 해야 하는 소중한 자궁이므로 검진을 받고 적절한 시기에 치료를 받는 게 안전하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대한산부인과학회가 발행하는 영문 국제학술지 ‘산부인과학’(Obstetrics & Gynecology Science)에 발표됐다.
/임웅재기자 jael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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