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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꽂이-진화]다윈의 후예가 새로 쓴 '21세기판 종의 기원'

■칼 짐머 지음, 웅진지식하우스 펴냄





전지전능한 신(神)의 존재에 의지하지 않고 생명의 유래를 처음으로 설명한 이는 찰스 다윈이었다. 그는 지난 1859년 출간된 ‘종의 기원’에서 창조 신화를 철저히 깨부수며 사피엔스를 비롯한 모든 생물은 자연선택에 의한 진화의 결과일 뿐이라고 논증했다.

‘진화-모든 것을 설명하는 생명의 언어’는 다윈의 후예가 쓴 21세기판 ‘종의 기원’이다. 저자인 칼 짐머는 미국과학진흥협회(AAAS)에서 주는 ‘과학 저널리즘상’을 세 차례(2004·2009·2012년)나 수상한 과학자로 현재 예일대학교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다윈의 추종자답게 저자는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하기 전 100쪽 가량을 할애해 다윈의 성장 과정과 ‘종의 기원’이 탄생하게 된 배경을 애정 가득한 시선으로 훑는다. 1832년 ‘비글호’라는 이름의 배를 타고 생물학적 증거와 자료를 수집하기 위해 항해를 떠난 청년 다윈, 아버지의 반대를 무릅쓰고 의학 공부를 접었던 청소년기의 일화들이 그려진다.



아울러 책은 과학계의 최신 연구 성과들도 상세히 소개하면서 약 150년 전 다윈이 제시한 진화론의 토대를 확장하고 강화한다. 인간이 원숭이와 공통의 조상으로부터 내려왔다는 사실을 뒷받침하는 증거가 홍수처럼 쏟아진 최근 몇 년의 사례, 2000년대 초반 이후 가속도가 붙은 유전자 지도인 ‘인간 게놈’ 프로젝트 등을 둘러싼 논의들이 흥미진진하게 이어진다. 기독교 신앙에 바탕을 둔 창조론과 과학적 사실에 기반을 둔 진화론의 오랜 논쟁도 독자의 이목을 잡아챈다.

저자는 진화론의 역사적 기원과 현대 이론을 종횡무진 살핀 끝에 생명과 자연이 일러주는 겸손한 가르침을 다시금 깨닫는다. 인간은 결코 만물의 영장도, 신이 창조한 세계의 중심도 아니라는 것을. 인간은 진화의 산물인 다른 수많은 종들과 함께 살아가야 하는 존재라는 것을. 2만5,000원 /나윤석기자 nagij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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