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북5도 벽성군민회의 박창흠(82) 회장과 신화균(86) 사무국장도 이맘때만 되면 유독 고향이 그립다. 올해는 추석을 앞두고 남북정상회담까지 열려 예년의 명절보다 북녘 생각이 더 간절하다. 박 회장은 지난 1945년 광복 이후 가족과 이북 고향을 떠나 서울에 둥지를 틀었다. 신 사무국장은 1950년 6·25전쟁 당시 피란길에 올라 홀로 인천에 자리를 잡았다.
신 사무국장은 “돌아갈 고향이 없는데 어딜 가겠느냐”며 “슬하에 둔 2남1녀가 집으로 찾아오면 부모님 지방을 써두고 차례상을 올리는 게 전부”라고 말했다. 박 회장 역시 사정은 비슷했다. 박 회장은 “할머니와 부모님 모두 경기도 양주시의 가족묘에 모셨다”며 “명절에는 그곳에서 벌초하고 집에서 가족끼리 오붓하게 차례를 지내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실향민들은 여느 가족처럼 명절을 보내는 듯 보여도 추석에는 고향 생각이 한층 커진다. 박 회장은 “나이가 드니까 귀소본능 때문인지 갈수록 고향 생각이 간절해진다”며 “나고 자란 마을과 산, 동네 친지들 등 모든 것이 그립다”고 했다. 신 사무국장은 “명절이면 고향에 가서 성묘도 하고 음식을 나눠 먹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고 말해 안타까움을 더했다.
최근 남북 정상이 백두산을 함께 오른 상황에서 추석까지 맞이하면서 실향민들의 최대 관심사는 이산가족 상봉이다. 박 회장과 신 사무국장은 매번 이산가족 상봉 신청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지만 번번이 떨어졌다. 이들은 이번 남북정상회담에서 이산가족 상봉 상설면회소 조기 개소에 대한 합의가 이뤄져 다행이라고 입을 모았다. 신 사무국장은 “통일은 요원한 문제일 수도 있다”면서도 “다만 살아 있는지, 어떻게 살아가는지, 서신만이라도 오고 가기를 바랐는데 상설면회소 조기 개소 합의가 이뤄져 기쁘다”고 말했다. 박 회장 역시 “고령인 분들이 많은데 하루라도 빨리 남북 친지가 만날 방법이 생겨 기쁘다”며 “기왕 만드는 거 금강산뿐 아니라 판문점에도 크게 만들어 수시로 만나도록 해줬으면 좋겠다”고 기대감을 전했다.
이들은 가까운 시일 내 고향 땅에서 명절을 보내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신 사무국장은 “그간 북녘땅 밟을 생각을 포기했는데 내년 추석에는 고향에서 보낼 수도 있겠다는 한 가닥 희망을 품게 됐다”고 심경을 전했다. 박 회장은 “죽어서나 조상의 얼이 한군데 모인 고향 땅에 가나 하고 반 포기 상태였는데 이번 정상회담을 보니 살아서 갈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힘이 난다”고 말했다.
/서종갑기자 gap@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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