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이 미얀마 로힝야족 학살 사건을 취재하다가 체포돼 중형을 신고받은 기자들의 사면을 촉구했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지난 20일 워싱턴에서 기자들과 만나 그들에게 중형을 선고한 미얀마 법원의 판결에 문제가 없다는 실권자 아웅산 수치의 발언을 거세게 비판했다. 구테흐스 총장은 “기자들을 구속한 것은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다. 그런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 나의 깊은 신념”이라며 “(미얀마) 정부가 조속히 그들을 사면해 석방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로힝야족 학살 사건을 취재하던 와 론(32·로이터 통신), 초 소에 우(28·로이터 통신) 기자는 지난해 12월 지인 경찰관의 저녁 식사 제안을 받고 외출한 뒤 체포됐다. 그들은 경찰관이 준 서류를 받자마자 다른 경찰관들에게 검거됐다며 함정수사 의혹을 제기했다. 또한, 기자들에게 문서를 넘긴 혐의로 기소된 경찰관도 재판에서 윗선 지시로 함정수사를 진행했다고 고백했다. 하지만, 법원은 영국 식민지 시절 만들어진 공직 비밀법 등에 의거 기자들에게 징역 7년형을 내렸다.
함정수사 논란에 국제사회는 거세게 반발했지만 미얀마의 실권자 수치는 침묵을 유지했다. 그는 이후, 지난 13일 하노이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 아세안 지역회의에서 “언론인이기 때문에 구속된 것이 아니라 법을 어겼기 때문”이라며 문제가 없다고 발언해 논란의 불꽃에 기름을 부었다.
유엔 인권대표사무소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미얀마 정부와 군이 법과 사법 시스템을 언론 탄압 도구로 악용해, 미얀마 사법부는 공정하게 재판받을 권리를 보장하지 못한다고 비판했다. 그 밖에 미첼 바첼레트 유엔 인권 최고대표도 법원의 판결이 처벌에 대한 우려를 유발해 기자들로 하여금 자기 검열에 빠지게 할 것이라며, 로이터 기자의 즉각 석방을 요청했다. 그 외에도 지난 20일 미얀마를 방문한 제러미 헌트 영국 외무장관도 수치와 면담에서 기자들에게 중형을 선고한 법원의 결정에 깊은 우려를 표명한다며 기자 석방을 요구했다고 알려졌다.
로힝야족은 미얀마 라카인 주의 북주 지역에 주로 거주하는 소수민족으로, 과거 영국이 미얀마를 통치할 당시 로힝야족에게 경영을 맡겼고, 이 과정에서 로힝야족은 미얀마의 주류인 버마족을 위시한 모든 소수민족과 원한관계를 맺게 되었다. 이후 양측은 서로 계속 갈등을 일으켰으며, 현재 로힝야족은 과거 조상들의 제국주의 앞잡이로서의 인식과 폭력적 대응으로 미얀마의 모든 민족들에게 탄압받고 있다. 난민과 소수민족 문제에 정통하다고 알려진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로힝야족을 ‘세계에서 가장 박해받는 민족’이라고 일컬은 바 있다. 또한 수치는 로힝야 탄압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드러내 국제사회는 그도 공범자로 보고 있다.
/노진표 인턴기자 jproh93@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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