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만의 정상 복귀이자 생애 첫 메이저대회 우승을 차지한 앤절라 스탠퍼드(41·미국)는 북받쳐 오르는 감정에 말을 잇기가 힘들 정도였다.
스탠퍼드는 16일 밤(한국시간) 프랑스 에비앙레뱅의 에비앙리조트 골프클럽(파71)에서 끝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에비앙 챔피언십에서 극적인 우승을 차지했다. 최종합계 12언더파를 기록한 그는 김세영과 에이미 올슨(미국) 등 공동 2위를 1타 차로 제쳤다.
우승 순간 스탠퍼드가 가장 먼저 떠올린 사람은 어머니였다. 그의 어머니 낸은 유방암으로 투병 중이다. 올해 상반기에는 암세포가 뼈로 전이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스탠퍼드는 눈물을 흘리며 “어머니에게 메이저 우승 순간을 보여드려 기쁘다”고 소감을 밝히고 “어머니가 가장 먼저 트로피에 술을 따르실 것”이라고 농담을 덧붙였다. LPGA 투어 홈페이지는 “이날 스탠퍼드는 때로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으면 꿈이 현실로 이뤄진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어머니의 완쾌에 대한 희망을 표했다.
지난 2001년 LPGA 투어에 데뷔한 스탠퍼드는 그동안 메이저대회 출전만 76회에 달한다. 6년 전 투어 통산 5번째 우승을 거뒀지만 메이저 최고 성적은 15년 전인 2003년 US 여자오픈 공동 2위였다. 76번째 도전에서 메이저 첫 우승을 달성한 것은 남녀를 통틀어 스탠퍼드가 최초다. 여자는 2009년 브리티시 여자오픈에서 카트리나 매슈(스코틀랜드)가 52번째 도전에서 우승했고 남자는 세르히오 가르시아(스페인)가 74번째 출전 만에 지난해 마스터스에서 한을 풀었다. 여자골프에서 40대 나이에 메이저 제패는 2009년 매슈(당시 40세) 이후 처음이기도 하다.
스탠퍼드의 첫 메이저 우승은 극적이었다. 선두에 5타 뒤진 4위로 최종라운드를 시작한 그는 3타를 줄여 선두 올슨에게 1타 뒤진 채 경기를 먼저 마쳤다. 생애 첫 우승을 향해 순항하던 올슨이 마지막 18번홀(파4)에서 2타를 잃고 김세영의 버디 퍼트가 빗나가면서 스탠퍼드는 연장 승부 없이 우승 트로피의 주인이 됐다.
한편 올해 5대 메이저에서 가장 좋은 성적을 낸 선수에게 주는 롤렉스 안니카 메이저 어워드는 US 오픈을 제패한 에리야 쭈타누깐(태국)에게 돌아갔다.
/박민영기자 my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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