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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24시] 美中경쟁이 바꾼 중국의 친구 만들기

진창수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러·일 등 국제 사회와 '협력무드'

한국에도 먼저 손내밀 가능성

사드 제도적 장치 기회로 삼아야





‘중국이 일본처럼 당해서는 안 된다’는 한마디에서 최근 미중 무역전쟁에 임하는 중국인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 지난 1980년대 제2의 경제 대국이었던 일본이 미국 내 흑자 문제로 미국과 무역전쟁을 한 것은 중국에도 잘 알려져 있다. 당시 미국이 일본을 제압하기 위해 ‘환율 카드’를 꺼내 들면서부터 전세는 기울기 시작했다. 1985년 9월 미국의 압력으로 영국·프랑스·독일의 재무장관이 일본 엔화를 평가절상하겠다는 ‘플라자 합의’를 한 것이 미일 무역전쟁의 분수령이 됐다. 1985년 플라자 합의 이후 1달러 360엔이었던 일본 엔화가 100엔까지 평가절상되면서 일본 기업의 수출경쟁력이 점차 약화된 것은 물론이고 일본이 미국과의 환율전쟁을 방어하기 위해 국내적으로 금리를 낮춘 조치가 예상외로 많은 부작용을 가져왔다. 그 당시 일본 내 낮은 금리로 인해 풀린 대규모 자금이 일본의 주식시장과 부동산에 과잉으로 흘러들어가 대형 거품을 만들어낸 것이다. 이후 일본은 거품경제가 붕괴돼 ‘잃어버린 20년’이라는 장기침체에 빠지면서 제3의 경제 대국으로 주저앉았다. 따라서 중국이 무역전쟁에서 일본의 전철을 밟게 된다면 중국의 번영의 시대는 막을 내릴 것이라는 우려가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이러한 중국 내 분위기를 반영하듯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절대로 미국에 굴복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중국의 입장에서 보면 미중 무역전쟁이 표면적으로는 미국의 적자 해소를 위한 것처럼 보이지만 근본적으로는 체제 전쟁이라고 보고 있다. 즉 중국은 미중 무역전쟁을 ‘두 번째 냉전시대’의 서막이라고 인식한 것이다. 그러나 중국의 딜레마는 미국을 압박해 무역전쟁을 종식시킬 수 있는 수단이 적다는 데 있다. 현재 중국은 현실적인 해결 방안보다는 기대(wishful thinking)에 기반한 대안만 모색하고 있는 실정이다.



중국은 재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당락을 결정할 부동층을 움직여 트럼프의 약점을 파고들려고 한다. 중국이 미국산 대두, 보잉사, 자동차, 반도체, 휴대폰을 언급한 이유다. 예를 들어 미국의 대두 수출량 62%를 중국이 수입한다. 보잉사는 여객기의 25%를 중국에 수출한다. 중국은 애플의 최대 시장이기도 하다. 이들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트럼프의 주요 지지층이거나 공략해야 할 부동층이다. 하지만 중국이 미국의 약점을 파고들더라도 큰 성과를 얻을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 애플의 휴대폰 수입을 규제하면 아이폰을 생산하는 중국 공장에서 일자리 문제가 파생한다. 또한 중국이 1조1,819달러의 미국 국채를 보유하고 있다는 것을 무기로 미국 국채를 매도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지만 현실 가능성은 매우 적다. 미국 국채를 매도하면 당장 남은 중국의 미국 국채는 큰 손실을 볼 것이고 미국 금리가 상승하면 중국 달러 표시 회사채의 디폴트(채무불이행) 위험도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미국 국채의 매도는 ‘중국도 파멸시킨다’는 관측이 우세해 중국의 대응을 어렵게 하고 있다.

중국이 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안은 국제사회와의 협력을 통해 미국에 대항하는 전략을 구사하는 것이다. 그 예로 몇 년간 참석하지 않았던 동방경제포럼에 시진핑이 참석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우위를 과시하는 것만 보더라도 중국의 친구 만들기는 본격화됐다고 볼 수 있다. 지금까지 대립각을 세우고 있던 일본과도 오는 10월 아베 신조 총리와의 정상회담 개최를 앞두고 이전과는 달리 중국이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것도 미중 무역전쟁이 그 배경이 되고 있다. 중일 관계가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가 강화된 지난해 6월을 기점으로 바뀌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지난해부터 일본이 중국의 실크로드 경제권 구상인 ‘일대일로’에 협력을 표명한 것이다. 중국도 미국과의 무역분쟁이 심각해지면서 올해 5월에는 리커창 총리가 일본을 방문해 금융 분야 협력 강화를 합의했다. 이를 두고 일본 내에서는 “중일 관계가 밀접해진 것은 트럼프 덕분”이라고 말할 정도였다. 앞으로 한중 관계에도 중국이 먼저 협력의 제스처를 보일 가능성이 높아졌다. 최근 중국이 관광객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는 등 한중 관계의 협력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은 아직도 한국에서 철수 가능하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어 앞으로도 문제의 소지는 남아 있다. 중국이 협력으로 나올 때 한국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문제가 더 이상 한중 관계의 발목을 잡지 않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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