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촬영 과정에서 상대 여배우를 추행한 혐의로 기소된 배우 조덕제에게 대법원이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확정했다.
대법원 2부(주심 김소영 대법관)는 13일 강제추행치상 혐의 등으로 기소된 배우 조덕제의 상고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4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 명령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조덕제는 2015년 4월 영화 촬영 도중 남편이 부인을 강간하는 장면에서 합의하지 않은 채 여배우 A씨의 속옷을 찢고 바지에 손을 넣어 신체부위를 만지는 등 강제추행치상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문제가 된 장면은 조덕제가 극중 배우자인 A씨를 때리고 성폭행하는 내용이었다. 조덕제는 “감독, 여배우 A씨는 물론 A씨의 소속사 대표와 매니저까지 자리한 가운데 콘티와 리딩을 진행했기에 문제가 없었다”고 줄곧 주장해왔다.
만 3년여간 법정공방이 이어지면서 조덕제와 A씨는 첨예한 의견 대립을 보였다. 특히 재판부는 메이킹 필름 감정결과가 2심에서 뒤집히고, A씨의 진술에 일관성을 보인다는 점을 들어 유죄를 선고하자 조덕제는 “많은 스태프가 있는 현장에서 일시적으로 흥분할 수 없고, 그 상황에서 연기임을 망각하고 성추행하는 것은 상상할 수 없다”며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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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심은 “피해자가 예상보다 수위가 높은 폭력과 성폭행 연기에 대해 감독과 조덕제가 충분히 사과하지 않아 억울한 마음을 다소 과장한 것으로 보인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실제로 현장에서 A씨는 촬영을 마친 후 조덕제에게 사과를 요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뒤집힌 2심은 “A씨의 증언에 신빙성이 있다”며 유죄를 선고했다. 피해자가 사과를 요구하자 조덕제가 잘못을 적극적으로 부인하지 못한 점, 이 일로 인해 그가 영화에서 중도 하차한 점일 반영됐다.
대법원의 판결 소식에 인터넷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대부분은 ‘판결을 이해할 수 없다’는 내용이다. ‘성추행 연기를 하라고 해서 열심히 했더니 상대배우 말 한마디에 성추행범이 되어버렸다. 앞으로 살인 연기를 하면 살인미수로 기소하라’는 등 재판부를 비꼬는 이야기가 쏟아지고 있다.
조덕제 역시 판결 후 이데일리를 통해 “더이상 법의 테두리에서 무죄를 소명할 기회는 없어졌지만, 그렇다고 스스로를 ‘강제 추행범’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며 판결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내비쳤다.
/김진선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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