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인 지난 2015년 10월이었다. A매치 3경기 출전 만에 첫 선발 풀타임을 소화한 황의조(26·감바 오사카·사진)의 얼굴에서는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그는 당시 자메이카와의 평가전(3대0 승) 내내 슈팅 공간을 찾아 움직였고 그 보상으로 후반 18분 3대0을 만드는 A매치 데뷔골을 터뜨렸다. 중거리 슈팅이 골키퍼를 맞고 나오자 문전에서 침착하게 상대 한 명을 제친 뒤 왼발로 마무리했다. 부지런한 움직임과 동료를 이용한 연계 플레이는 높은 평가를 받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하지만 황의조는 좋은 흐름을 이어가지 못했다. 결국 2018러시아월드컵 최종예선에 1경기밖에 나서지 못했고 지난해 10월 모로코와의 평가전을 끝으로 11개월간 A대표팀을 떠나 있었다.
‘아시안게임 히어로’ 황의조가 3년 만의 A매치 득점을 노린다. 파울루 벤투 신임 감독이 이끄는 축구 대표팀은 11일 오후8시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2위(한국은 57위)의 강호 칠레와 평가전을 치른다. 지난 7일 ‘벤투 데뷔전’ 상대인 코스타리카(2대0 한국 승)가 상대적으로 정비가 덜된 팀이었다면 칠레는 한 수 위다.
코스타리카전 선발 스트라이커는 지동원(아우크스부르크)이었다. 벤치를 지키던 황의조는 후반 22분 지동원을 대신해 들어가 26분여를 뛰었다. 지동원이 눈에 띄는 활약을 펼치지 못했다는 점을 생각하면 칠레전 선발은 황의조 쪽에 무게가 실린다.
황의조는 1일 끝난 2018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7경기 9골을 폭발해 황선홍 이후 24년 만의 한국인 득점왕 탄생을 알렸다. 해트트릭을 두 차례나 작성하며 대형 스트라이커에 목마른 축구 팬들을 설레게 했다. 2014인천아시안게임과 러시아월드컵 최종 엔트리 탈락의 아쉬움을 금메달과 득점왕 타이틀로 털어낸 황의조는 벤투 체제에서 새로운 출발선에 섰다. 칠레전은 아시안게임이나 코스타리카전보다 훨씬 많은 눈이 쏠릴 한판이다. 유럽파가 즐비한 팀을 상대로 확실한 모습을 보여준다면 금메달로 병역 문제도 해결한 만큼 유럽 진출의 꿈을 향한 작은 발판을 마련할 수도 있다.
황의조는 아시안게임에서 골 결정력은 물론이고 양발을 두루 잘 쓰는 기술과 공격 진영에서의 많은 움직임으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해 보였다. 이런 모습은 “가운데만 지키기보다 많이 움직여 공격 기회를 창출해야 한다”는 벤투 감독의 원톱 조건에도 부합한다. 다만 A대표팀은 23세 이하가 대부분인 아시안게임 대표팀과 많이 다르다. 해결 능력을 가진 선수가 황의조 말고도 여럿이다. 더욱이 선수들은 저마다 새 감독에게 눈도장을 받겠다는 각오로 의욕이 가득하다.
황의조는 칠레전을 하루 앞두고 10일 열린 공식 기자회견에서 “공격수라면 골을 넣어야 한다. 아시안게임의 좋은 흐름을 이번 평가전에서도 이어가겠다”고 각오를 드러냈다. 이어 “손흥민과는 서로 좋아하는 플레이를 잘 안다. 힘을 합쳐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고 덧붙였다. 함께 자리한 벤투 감독은 “상대를 강하게 압박하고 조직적인 움직임을 유도하는 게 내 역할”이라면서 “지난 일주일 동안 훈련했던 것을 확인하는 기회로 삼겠다“라고 말했다.
/양준호기자 migue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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