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짓기의 시작은 건축주와 설계사의 만남이다. 건축주는 자신이 상상해온 집을 설계사에게 자세히 설명하고, 설계사는 그를 토대로 설계도를 만든다. 건축주와 설계사의 소통이 잘 이루어져야 계획에 착오가 생기지 않는다.
하지만 일반인이 설계도만으로 건축물의 윤곽을 파악하기가 쉽지는 않다. 건축주 A의 사례를 보자. 그는 건축사인 친구 B에게 설계를 의뢰해 3개월에 걸쳐 설계도를 만들었다. 하지만 A는 공사가 진행되고 구조물을 확인한 후에야 최종제출물인 설계도서가 자기 의도와 동떨어져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이미 해당 도면으로 건축허가가 나고 어느 정도 공사가 진행된 후였다. 건축사 B도 건축주 A에게 설계안을 충분히 설명했다지만 건축주 처지에서는 비용을 들여 공사를 다시 할 수도, 울며 겨자 먹기로 그냥 살 수도 없는 노릇이 되어버렸다.
건축을 잘 모르는 일반인 입장에서는 도면만으로 디자인과 공간을 예측하기 어렵고, 설계사로서도 건축주가 뒤늦게 ‘이게 아닌데’ 하고 이의를 제기하면 난감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건축주는 건물이 어떻게 지어지는지 이해하고, 그를 바탕으로 착오와 손실을 막아야 한다.
설계도를 이해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우선 설계가 어떻게 진행되는지를 알아야 한다. 설계 진행은 기본계획과 실시설계로 나눌 수 있다. 계획 단계에서는 건축주가 생각하는 내용을 반영하여서 건물 방향, 동선, 용도, 면적 등을 정하여야 한다. 그리고 실시설계에서는 건축기본계획을 바탕으로 건축 공사를 하기 위한 세부 사항을 결정한다.
설계 진행을 효율적으로 살펴보기 위해서는 설계 계약 전에 3D조감도나 동선이 포함된 배치도, 설계 개요, 평면도 등이 포함된 기본계획(가설계)을 요청하는 것이 좋다. 기본계획을 통해 완성된 건물의 형태를 살펴볼 수 있어 건축사와 의견을 나누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된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꼭 적정한 비용을 지급해야 한다. 비용 없이 기본계획을 작성하는 경우 설계사의 정교한 작업을 기대하기 어렵고, 3D도면이나 자세한 평면계획을 볼 수 없다. 내 건물이 어떻게 완성될지에 대한 ‘미리보기’가 불가능한 셈이다. 비용이 부담스럽다면 시공 단계에서 비용을 일부 줄이고 건축계획 단계에 더 투자하는 것이 더 나을 수 있다.
내 집에 딱 맞는 설계사를 만나려면 건축주의 충분한 검토와 발품이 가장 중요하다. 최근에는 설계사와 협력한 건축설계 비교견적 플랫폼이 등장하면서 문턱이 조금씩 낮아지고 있어 이를 활용하는 것도 편리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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