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신임 대표는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바른미래당 전당대회에서 27.02%의 득표율로 당선을 확정 지었다. 이로써 여당과 제1·2·3 야당의 수장이 모두 10여년 전 정국을 주도하던 핵심 인물들로 채워졌다. 이른바 ‘올드보이의 역습’은 지난 7월 김병준 비대위원장의 등장으로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김 비대위원장은 참여정부에서 청와대 정책실장과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을 역임한 바 있다. 뒤이어 지난달 5일 참여정부 통일부 장관과 2007년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를 지낸 정동영 대표가 선출되고 뒤이어 김대중 정부 시절 교육부 장관, 참여정부 책임총리를 역임한 이해찬 대표가 등판했다. 이 같은 흐름 속에 손 대표 역시 ‘경륜’을 앞세워 바른미래당의 유력 차기 대표로 거론돼왔다.
여의도의 올드보이 바람은 최근 각 당이 마주한 정치 지형과 무관하지 않다. 민주당은 ‘여소야대 정국’과 ‘청와대 중심의 당청 주도권’을 극복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친노(친노무현)·친문(친문재인) 좌장인 이 대표가 ‘강한 여당’을 기치로 내걸고 자신을 ‘국정 운영의 공동 책임자’라고 지칭한 것 역시 이런 분위기를 반영한다는 분석이다. 야권 역시 잠시 수면 아래 가라앉은 ‘정계 개편’의 태풍을 눈앞에 둔데다 바른미래당·평화당은 ‘당 지지율 제고’라는 존재감 확산 과제도 안고 있다. 새 인물을 앞세운 혁신 리스크보다는 대중성과 안정성에 무게가 실릴 수밖에 없다.
정치권의 시선은 엇갈린다. 경륜에 기반을 둔 안정적인 리더십이 발휘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지만 세대교체에 역행한다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이해찬·손학규·정동영 대표 모두 같은 시기에 활약하며 정치 경력이나 리더십 면에서 상당한 인정을 받았다”며 “단순히 나이를 기준으로 깎아내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서로 잘 아는 대표들이 당내 갈등을 제어함과 동시에 타 당과의 타협의 공간을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지금은 협치의 가능성에 기대를 거는 것도 필요해 보인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들 모두 ‘차기 대권 주자’로 거론되는 인물들인 만큼 당 운영이 ‘자기 정치’로 흘러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정치권의 세대교체를 지연시켰다는 비판 역시 극복해야 할 대상이다.
/송주희기자 sso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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