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진 배우자와 이혼 즉시 국민연금을 나눠 갖는 방안이 추진된다. 지나치게 까다로운 수급 조건 탓에 분할연금 제도 운용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판단 때문이다. 현재 분할연금 수급자는 10명 가운데 9명 가량은 여성이 차지하고 있다.
2일 보건복지부와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국민연금제도발전위원회는 최근 내놓은 국민연금 제도개선방안에서 이른바 ‘분할연금 제도’를 이 같은 방향으로 바꾸도록 권고했다.
분할연금은 집에서 자녀를 키우고 가사노동을 하느라 국민연금에 가입하지 못한 이혼 배우자가 혼인 기간에 정신적, 물질적으로 이바지한 점을 인정해 일정 수준의 노후소득을 보장하자는 취지로 1999년 국민연금법을 개정해 도입됐다.
하지만 분할연금을 받으려면 까다로운 조건을 충족해야 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왔다. 즉 혼인 유지 기간이 5년 이상이어야 하고, 법적으로 이혼해야 한다. 아울러 이혼한 전 배우자가 노령연금을 탈 수 있는 수급권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또 분할연금을 받고자 하는 권리자 역시 국민연금을 탈 수 있는 수급연령에 도달해야 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이혼한 전 배우자가 노령연금 수급권을 취득하기 전에 사망하거나 최소가입기간(10년)을 채우지 못하고 장애를 입은 경우 분할연금을 청구하려고 해도 신청할 수 없는 경우가 많았다.
이 같은 불합리한 점을 개선하기 위해 국민연금제도발전위는 분할연금 제도를 다른 연금선진국과 마찬가지로 기존의 ‘이혼한 배우자의 노령연금 수급권 발생 시 분할방식’에서 ‘이혼 시 즉시 소득 이력 분할방식’으로 개선하도록 제안했다. 가령 혼인 기간 5년 중 납부한 이혼 배우자의 연금보험료가 1,000만원인 경우 이혼 즉시 50대 50 등 일정 비율로 나누는 것이다.
연금 분할비율은 2016년까지는 혼인 기간 형성된 연금자산에 대해 일률적으로 50 대 50이었다. 그러다 2017년부터는 그 비율을 당사자 간 협의나 재판을 통해 정할 수 있게 됐다. 또 부부가 이혼하면서 국민연금을 나눠 가질 때 당사자나 법원이 ‘실질적인 혼인관계가 존재하지 않았다’고 인정한 기간 등은 분할연금 산정에서 빠진다. 또 이혼 당사자 간에 또는 법원 재판 등에 의해 혼인관계가 없었다고 인정된 기간도 제외된다.
아울러 발전위는 국민연금 분할 자격의 ‘결혼생활 5년 이상 유지’ 조항을 완화해 최저 혼인 기간을 1년으로 낮추는 개선안도 권고했다. 이혼과 재혼의 증가로 혼인 기간이 5년이 안 되는 경우가 많아진 현실을 반영해서다.
한편 분할연금 수급자는 황혼이혼의 증가로 해마다 늘고 있다. 올해 4월 현재 분할연금 수급자는 2만6,820명에 달했다. 4,632명에 불과했던 2010년과 견줘서 8년 새 5.8배 가까이 늘었다. 분할연금 수급자는 2011년 6,106명, 2013년 9,835명, 2015년 1만4,829명, 2016년 1만9,830명, 2017년 2만5,302명 등으로 급증하고 있다. 올해 4월 분할연금 수급자는 여성이 2만3,704명(88.4%)으로 대부분을 차지했고, 남성은 3,116명(11.6%)에 그쳤다.
연령별로는 60∼64세 1만2,685명, 65∼69세 9,211명, 70∼74세 3,665명, 75∼79세 1,002명, 80세 이상 257명 등이었다. 분할연금 월 수령액은 10만원 미만 6,612명, 10만∼20만원 1만74명, 20만∼30만원 4,994명, 30만∼40만원 2,474명, 40만∼50만원 1,254명, 50만∼60만원 544명, 60만∼80만원 194명, 80만∼100만원 3명, 100만원 이상 4명 등이었다. 월평균 수령액은 19만331원이었고, 최고 월 수령액은 138만6,383원이었다./연유진기자 economicu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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