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성명에서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과 매우 좋고 훈훈한 관계라고 믿고 있다”면서 “한미 연합훈련에 큰돈을 쓸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전날 매티스 장관이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방북 취소에 이어 “한미 연합훈련을 더는 중단할 계획이 없다”고 밝히며 대북 압박을 강화한 지 하루 만에 트럼프 대통령이 나서서 북한을 달랬다는 관측이 힘을 얻었다. 앞서 매티스 장관의 발언은 한미 연합훈련이 조만간 재개될 수 있다는 뉘앙스로 읽혀 북미 간 ‘강 대 강’ 대결 국면이 재조성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낳았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김 위원장과 환상적인 관계를 갖고 있다”면서 “미국은 북한과 외교적 노력에 있어 잘하고 있다”고 말해 북미 간 협상의 끈을 놓지 않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과의 연합훈련을 유예한 자신의 결정을 재확인했다”고 평가했다. 한미 연합훈련 재개 논란을 촉발한 매티스 장관도 이날 “훈련 중단에 대해 어떤 결정도 내려지지 않았다”며 한발 물러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만 “마음먹으면 한국·일본과 즉시 군사훈련을 재개할 수 있다”며 “만약 그렇게 한다면 그것은 어느 때보다 훨씬 큰 규모가 될 것”이라고 밝혀 북한이 모든 핵시설 신고 등 전향적인 비핵화 조치에 나서도록 압박했다. 강온 양면전술로 북한에 대한 협상력을 극대화하려는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협상 기술’이 발휘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무엇보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을 어르는 한편 중국을 압박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는 “북한이 중국에서 엄청난 압박을 받고 있다고 강하게 느낀다”면서 “중국이 북한에 돈과 연료·비료·공산품 등 상당한 원조를 제공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것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꼬집으며 중국에 경고장을 날렸다. 그는 백악관에서 기자들에게도 북미관계를 중국이 훨씬 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하며 “북한 관련 문제는 부분적으로 미중 간 무역분쟁이 영향을 미쳤다”고 주장했다. 지지부진한 비핵화 협상에 중국 책임론을 계속 제기하는 데 대해 미 언론은 북미관계가 어그러질 경우 백악관이 중국을 ‘희생양’으로 삼겠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만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관계가 매우 좋다”며 미중 무역분쟁이 결국은 해결될 것으로 기대해 북측과의 비핵화 논의 역시 진전될 것임을 시사했다. /뉴욕=손철특파원 runiro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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