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지금의 눈으로 바라보면 믿을 수 없는 일이지만 1970년대까지만 해도 출산은 사회악 취급을 받았다. 국가는 임신중절 수술을 산아제한을 위한 방법으로 권장했다. 놀랍게도 이를 법으로까지 보장했는데 1972년 만들어진 법이 ‘모자보건법’이었다. 심지어 국가는 피임술을 보급하기 위해 양장 차림의 가족계획계몽원을 전국으로 파견했다. 국민이 아이를 낳지 않도록 온갖 수단을 동원해 막았던 것이다.
출산은 곧 노동력으로 이어져 국가경제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대전제가 된다. 1970년대라면 걸어온 경제성장의 궤적보다 가야 할 길이 더 많이 남았던 시기. 국가는 어째서 경제번영의 필수조건을 내동댕이쳤던 것일까. 단순히 물자부족을 우려했던 것일까.
‘가족과 통치’의 저자 조은주는 숨겨진 의미를 들춰낸다.
그에 따르면 1960~70년대 가족계획사업은 단지 출산율을 낮추는 것이 아닌 원활한 통치를 위한 도구였다. 늦지 않은 나이에 남녀가 만나 한두 명의 아이를 낳고 사회규범을 준수하는 구성원으로 길러내는 최소한의 단위, 가족. 박정희 정권이 그토록 집착했던 가족계획사업은 순응하는 구성원을 길러내기 위한 통치의 도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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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박정희 정권의 가족계획사업은 성생활과 임신, 출산 등 국민의 사적영역에 정치가 개입하기 시작한 출발점이었다고 평가한다. ‘1960년대는 우리가 살고 있는 당대의 직접적인 기원이다’란 설명과 함께.
작가는 여기서 한 발짝 더 나아가 국가주도의 가족계획사업이 인구의 재생산과 분리된 쾌락적 섹슈얼리티를 지속적으로 추구했음을 들춰낸다.
한 예로 가족계획을 위해 출판된 각종 책과 잡지에는 부부의 즐거운 성생활에 대해 조언하고 여성의 성적 욕망을 긍정하는 글들이 게재됐는데 이는 결과적으로 낭만적 사랑과 연애결혼을 옹호하는 ‘결정적’ 결과로 이어졌다고 작가는 분석한다. 1만8,000원
/서은영기자 supia927@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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