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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인터뷰] '너의 결혼식' 박보영 "남자의 헛소리에 여자는 사랑이 흔들려요"

사진=지수진 기자




‘뽀블리’ 박보영이 첫사랑의 주인공이 되어 돌아왔다.

10대부터 30대 초반까지,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하는 두 남녀의 이야기를 통해 박보영은 실제와도 같은 첫사랑 이야기를 꺼내놓을 준비를 마쳤다.

발랄하지만 시크한 10대, 귀여움 가득한 20대 초반, 현실적인 장벽에 부딪힌 20대 중·후반, 결혼을 앞둔 30대까지. 승희가 성장해가는 과정과 마음은 박보영 본인의 지난 삶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 자연스럽게 전해진다.

웃긴데 먹먹하고, 묵직함이 팍 꽂힌다. 그놈의 첫사랑 이야기가 이토록 속을 뒤집어놓을 줄이야. 이게 다 박보영 때문이라고 반쯤(?) 원망하며 13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이야기를 나눴다.

Q. 첫사랑의 아이콘이라는 말이 들려온다.

이전에는 못들어본 이야기이기도 하고, 선배들의 계보를 잇기에는 부족한게 사실이에요. 이런 장르를 좀 더 하면 나아질까요(웃음), 수식어에 대한 부분은 생각은 안하는 편이에요. 사실 기자분들이 만들어주시는게 많다보니 진짜라고 생각도 안해요. 이번 영화도 관객께서 승희에게 감정이입을 더 해주셨으면 하는 바람이죠.

Q. 10대 연기, 여전하더라.

연기하는 우리가 10대가 아닌건 모두 알고 계시잖아요(웃음). 10대는 순정만화 같은, 판타지의 느낌을 원했고 조명도 샤랄라 하게 신경을 썼어요. 20대에는 보다 현실적으로 받아들여지기 위해 톤을 달리했고. 학생시절과 성인 이야기의 배경과 색을 달리 하는 것이 영화에 장점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제 또래나 그보다 나이가 많으신 분들이 공감할 수 있는 아이템도 많고, 그분들에게도 추억을 아련하게 보여드리는게 좋다는 판단이었죠.

Q. 본인 10대 시절 생각도 많이 났겠다.

승희처럼 눈에 띄는 학생이 아니었기에 담치기도 남녀공학도 신기한 경험이었어요. 이런저런 재미가 있었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죠. 예전에 땡땡이는 딱 한번 쳐봤는데 선생님이 너무너무 실망하셨던 기억밖에 안나요. 당시 부모님이 정말 무서웠는데 집에 전화한다고 하셔서 무릎 꿇고 빌었어요. 담치기는… 제게 담이 너무 높아서. 요새는 학교에 담이 다 사라졌던데요.

사진=지수진 기자


Q. 3초 만에 사랑에 빠지는 인물이다.

승희가 대학 실기시험 수험표를 떨어트리는데 이윤근(송재림) 오빠가 그걸 주워주며 ‘3월에 봐요’ 하는데, 영화 보면서 영광오빠와 ‘우어’ 했어요. 다시봐도 죽을 것 같아. 이윤근과 만나는 시기는 낙엽이 굴러도 웃을 때잖아요. 뭔들 다 재미있고 신났어요.

Q. 우연(김영광)과 대학에서 다시 만났을 때는 그리 반가워하지 않던데.

승희는 대학에 진학해 엄마와 살며 안좋았던 지난 기억을 잊으려 했을텐데 우연이 나타나면 마치 내 옛모습을 보는 것 같겠죠. 잊고싶은, 보여주고 싶지 않았던 기억을 가진 친구가 다시 현실에 나타났는데 좋을 수만은 없었을 것 같아요.

Q. 그래도 승희를 보러 힘들게 대학까지 온 것 아닌가.

이게 잘못하면 집착으로도 보일 수 있거든요. 영광오빠가 순수하게 표현한 덕분에 살아난거에요. 촬영 전에는 ‘자기 혼자 좋아서, 이거 좀 너무한 것 아니냐’는 말도 있어서 조금 걱정이었는데 영광오빠 미소를 보고나니….(웃음) 너무 잘 표현하신 덕분에 승희가 나쁘게도 보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Q. 만남과 헤어짐마다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었을까’ 생각했다.

‘다른 선택을 할 수는 없었을까’ 하는 지점은 없었어요. 시나리오를 보고 출연하기로 마음먹은 다음에는 내가 어떻게든 승희를 이해해야 한다고 생각했기에 행동 하나하나에 이유를 만들었거든요. 오히려 촬영할 때 감독님과 영광 오빠에게 ‘승희라면 이런 말은 안할 것 같다’라며 여자 입장에서의 목소리를 내는 경우가 많았죠.



Q. 예를들면.

20대 중반의 승희와 우연이 담을 넘어 들어간 경치 좋은 곳에서 원래는 뽀뽀를 하게 돼 있었어요. 그런데 저는 승희가 그렇게 감정적인 친구는 아니라고 생각했고, 영광오빠도 인정했어요.(우연에게 여자친구가 있다보니) 상의 끝에 승희가 고개를 돌리고 나가는 것으로 결정했죠.

‘나는 너가 편하고 좋아. 그런데 넌 여자친구가 있잖아’ 그런 대사도 있었는데 승희랑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어요. 그건 내가 나쁜 사람이 되지 않기 위한 방법을 찾는거잖아요. 승희 입장에서 ‘여자친구가 있잖아’라는 말은 안하고 싶다고 말씀드렸죠. 그래서 승희가 ‘나는 네가 편하고 좋은데’라고 얘기하면 우연이 “그럼 됐어”하고 다음 신으로 넘어가요.

사진=지수진 기자


Q. 실제 있을 수도 있는 이야기다보니 감정 몰입도 잘 됐다고 본다.

직업 특성상 승희와 우연이 하는 데이트는 할 수 없잖아요. 그래도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감정은 다를게 하나도 없어요. 싸우고 감정이 상하는 부분은 똑같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표현하기에 어렵지는 않았어요. 승희가 우연을 만나고 좋아하고 헤어지는 과정이 이해됐기 때문에 헤어지자는 이야기를 꺼낼 때 ‘나는 네가 그 말을 한 게 아니라 그런 생각을 했다는 걸 못 잊는다’는 대사가 깊게 와닿았어요.

Q. 둘이 싸우는 장면을 두고 시사회 후 남녀간 의견차이가 크다.

(승희 아버지의 장례식장에서 우연이 ‘후회한다’는 말을 한 부분) 여자 입장에서 보면 일단 들을수도 있는 장소에서 그런 말을 하면 안되는거죠. 입 밖에 나온걸 어쩔거에요. 당연히 ‘다음에 힘들어도 내탓을 하겠네’라는 생각이 계속 들게 되니까. 남자들은 (사랑의) 베이스가 깔려있는 상태에서 헛소리가 나올 수 있지만, 여자들은 베이스 자체가 흔들릴 수 있는 거잖아요.

Q. 결국 남자 시선의 영화다.

승희에 대해 감독님께서 바라보는 시선과 제가 해석한 시선이 달랐어요. 우연의 눈으로 보는 작품이기에 승희에게 친절한 부분은 없었거든요. ‘어떻게, 왜’가 덜 나왔어요. 와 큰일났다 싶었죠. 예를들어 대학시절 승희가 친한 언니를 우연에게 소개시켜주려 해요. 감독님께 ‘왜’냐고 물으니 ‘그냥 언니 소개시켜주고 싶어서’라고 말씀하시는거에요. ‘오늘은 여기까지 하시고 내일 다시 리딩하자고’ 하면서 승희 마음을 이해시켜드려야 했어요. 그때부터 남녀의 시선이 너무 다르구나를 느끼고 조율하는 과정을 거쳤죠.

Q. 승희와 본인의 차이점은.

제 자신과 승희는 다른 부분이 많아요. 그래서 더 매력적으로 다가왔어요. 현실의 저는 우유부단함이 있어 무엇을 선택할 때 망설이고 눈치보는 부분이 있어요. 반면 승희는 환경적인 부분도 안보고 아주 결단력 있거든요. 무엇을 선택했을 때 후회하지도 않고.

사진=지수진 기자


Q. 김영광과의 키차이도 화제였는데.

풀샷에서 엄청나게 차이나는데 감독님께서는 그런 모습을 더 좋아하셨어요. 그래서 걱정은 안했던 것 같아요. (김)영광 오빠는 워낙 크고, 저는 작은걸 다 아시잖아요. 예전에는 작아보이는게 싫어서 ‘생각보다 작으시네요’라는 말을 들으면 스트레스였어요. 밖에 나갈 때 힐을 신기도 했고요. 그런데 이런다고 키가 커지는 것도 아니니까 지금은 그냥 그러려니 해요.

Q. 어떤 인물을 연기해도 ‘뽀블리’의 매력은 여전하다.

항상 의문이었는데 영화에서는 미혼모, 폐병환자, 까칠하게 사람을 죽이고, 키보드워리어 이런 역할을 했는데 왜 나를 그렇게 봐주실까 고민했었어요. 그러면서 만약 드라마를 하게되면 사람들이 원하는 캐릭터를 하리라 생각해서 ‘오 나의 귀신님’과 ‘힘쎈여자 도봉순’ 등 사랑스러움을 부각시킬 수 있는 작품들을 택했죠.

영화는 욕심을 부려보고 싶고, 드라마는 대중이 제게 원하는 이미지의 캐릭터를 연기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요. 제가 할 수 있는 범주 안에서 승희는 물론 지금껏 표현해온 인물들처럼 다른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다만 해보고 싶기는 한데 아예 못된 애는 권하지도 않더라고요.(웃음)

/최상진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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