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삶은 경계에서 휘청댄다.
군중과 개인, 타인과 자아, 국경의 경계선에 가까이 다가설수록 감성의 진폭은 더 선명해진다. 마땅치 않지만 마음이 가는 길을 머리로 막을 도리가 없다.
스위스 로잔의 연방공과대학 출신 생명공학자이자 작가라는 독특한 이력을 가진 싱어송라이터 루시드 폴의 3집 ‘국경의 밤 (night at the border)’에는 낯선 땅에서 수많은 밤을 지새며 맞닥뜨려야 했을 경계에 대한 독백들이 담겨 있다.
8번 트랙 ‘바람, 어디에서 부는지’는 시를 읊조리듯 담담한 보컬과 건조하지만 섬세한 사우드가 특히 인상적이다.
‘덧문을 아무리 닫아 보아도 멈추지 않았던 바람… 혼자라는 게 때론 지울 수 없는 낙인’ 이 돼버린 경계인의 흔적들이 촘촘하게 배어있다.
인간에 대한 애틋한 시선과 내면의 상처들을 청중들에게 조심스럽게 열어 보인 루시드 폴만의 ‘어쿠스틱한 소통법’을 들여다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1993년. 19살의 나이로 제5회 유재하 음악경연대회에서 동상을 수상하며 깜짝 세상을 놀라게 한 루시드 폴은 그룹 ‘미선이’를 거쳐 지난 2001년 첫 독집앨범을 발표했다. 영화 ‘버스 정류장’의 삽입곡 ‘그대 손으로’로 대중에게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린 후 ‘한국의 데미안 라이스’로 불리며 탄탄한 매니아층을 확보하고 있다.
한번도 만난 적 없는 의사 시인 마종기와의 2년에 걸친 예술과 과학, 일상의 기쁨에 대한 뭉클한 교감을 기록한 ‘아주 사적인 만남’을 출간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박문홍기자 ppmmhh68@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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