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즈상은 캐나다 수학자 존 찰스 필즈가 노벨상에 필적하는 ‘수학자만을 위한 상’을 주창하며 만들어졌다. 국제수학연맹은 1936년부터 40세 이하 학자를 대상으로 4년에 4명씩 시상해왔으며 현재까지 60명의 수상자가 배출됐다. 최근에는 나이제한을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점차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필즈상이 젊고 유망한 수학자를 격려한다는 취지로 만들어졌지만 평균수명이 높아지면서 40세라는 나이 자체가 무의미해졌다는 것이다. 필즈상은 노벨상에 수학 부문이 빠진 것을 이유로 ‘수학계의 노벨상’으로 불리기도 한다. 항간에는 노벨이 당시 유명한 수학자인 레플리와의 연적 관계를 의식해 일부러 수학 부문 상을 만들지 말라고 했다는 얘기도 전해진다.
흥미로운 점은 필즈상 수상자 가운데 프랑스가 미국에 이어 2위에 올라 있다는 사실이다. 여기에는 나폴레옹 시절부터 내려온 이공계 전문교육기관인 에콜 폴리테크니크의 저력이 숨겨져 있다. 에콜 폴리테크니크는 철저한 수월성 교육을 통해 로랑 슈와르츠 등 수많은 필즈상 수상자를 배출해왔다. 최근 파리가 인공지능(AI) 분야의 글로벌 허브로 떠오르는 것도 탄탄한 기초과학 덕택일 것이다.
2018년 필즈상에서 쿠르드 난민 출신의 코처 비르카르 케임브리지대 교수 등 4명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비르카르 교수는 난민캠프에서 어렵게 수학을 공부해 대수기하학 분야에서 탁월한 성과를 일궈냈다. 우리나라는 일본이나 중국과 달리 아직 필즈상 수상자를 배출하지 못했는데 장기과제를 기피하는 연구풍토 탓도 크다고 한다. 한국에도 올바른 수학교육을 통해 필즈상 수상자가 하루빨리 나오기를 기대한다. 정상범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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