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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파식적] 황복





20여년 전 중견업체를 운영하던 동향 선배가 초대해 몇몇이 함께 임진강변의 황복집에 간 적이 있다. 종이 두께 정도로 얇게 썰어 나온 회를 미나리와 무순을 얹어 먹은 순간을 잊을 수 없다. 씹을수록 단맛이 우러난다는 게 이런 것이구나 하는 감회를 난생처음 느꼈다. 그때 가본 곳이 파주시 문산읍 임진리에 있는 임진나루로 과거에는 한양과 개성을 잇는 교통의 요지였다.

지금은 옛 정취가 많이 사라진 대신 황복을 비롯해 메기·장어·쏘가리·참게 등을 파는 음식점들이 늘어서 있다. 특히 황복 요리를 맛볼 수 있는 음식점 50여곳이나 몰려 있는 곳은 이름 자체가 황복마을이다. 여기서 즐길 수 있는 황복 요리는 회를 비롯해 맑은탕·껍질무침·아가미조림 등 다양하다. 임진강 외에 낙동강 등에서도 황복이 잡혔으나 임진강 황복은 조선 시대 임금님 수라상에 진상됐을 만큼 최고로 꼽힌다.

회는 육질이 졸깃졸깃하고 구수하면서 담백해 최상의 상품으로 인정받는다. 황복회는 씹는 것이 아니라 혀로 녹여 먹어야 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그렇다고 함부로 요리해 먹다가는 큰 코 다친다. 난소는 물론 간·장·피부 등에 청산가리 10배에 달하는 강한 독이 있다. 반드시 전문가의 손질을 거쳐야 하는 이유다. 자연산 황복이 주로 잡히는 시기는 4월 초에서 6월 중순까지. 이때 산란을 위해 바다에서 강으로 돌아오기 때문이다.



황복은 바다에서 서식하는 일반 복어와 달리 알을 낳기 위해 강을 거슬러 올라오는 대표적인 회귀성 어종이다. 알도 자갈이 깔린 강 여울에서만 낳는 습성이 있다. 20여년 전만 해도 금강과 섬진강·낙동강에 드나들었지만 하구댐 건설과 강물 오염으로 개체수가 줄어 임진강과 한강 하류서만 목격된다. 일반인이 잡기도 쉽지 않다. 1996년 1월에 환경부가 특정보호어종으로 지정해 허가 없이 포획·가공·유통할 수 없다.

이 때문에 국내에서 소비되는 황복은 대부분 양식이나 중국산으로 보면 된다. 다행인 것은 수산자원연구소를 중심으로 진행 중인 황복 복원연구가 성과를 내고 있다는 점이다. 부산 수산자원연구소가 종자 생산에 성공해 2~3일 이틀간 낙동강 하구 연안에 어린 황복 3만마리를 방류한다는 소식이다. 이 치어들이 무사히 자라 다시 알을 낳고 대를 이어 낙동강·금강·섬진강 등에도 예전처럼 황복이 돌아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임석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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