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이 자리한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 여야 정치인들이 여럿 방문하면서 봉하마을이 한국 정치에서 갖는 상징성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
봉하마을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는 성지나 다름없는 곳이다. 선거 등 큰 정치적 이벤트를 앞둔 때는 물론이고 여권 인사들은 크고 작은 결단의 순간 봉하마을을 찾아 ‘노무현 정신’을 기린다.
노 전 대통령 시절 총리를 지낸 이해찬 의원은 전대 컷오프 통과 직후 첫 행보로 지난 28일 봉하마을을 찾았다. 민주당 출신인 문희상 국회의장은 지난달 31일 노 전 대통령 묘소 참배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여야 정치인들이 모두 노무현 정신을 이야기하는 것을 보니 제대로 된 정치가 되려나 봅니다”라고 했다. 전날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이례적으로 봉하마을을 찾은 데 대한 평가였다. 노무현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낸 바 있는 김 위원장은 참배를 마치고 권양숙 여사를 예방하기도 했다. 당내에선 김 위원장의 봉하마을 방문을 두고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왔지만, 주를 이루진 못했다.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는 최근 라디오 인터뷰에서 “김 위원장이 우리 사회의 통합과 당의 가치 재정립을 최우선 과제로 천명했다. 그에 걸맞은 행보를 하는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과거에는 보수진영 정치인들도 봉하마을을 다녀가기는 했으나 드문드문했다. 간혹 방문하더라도 통합 메시지를 강조하기 위한 일회성 이벤트 성격이 컸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2년 8월 자유한국당 전신인 새누리당의 대통령 후보로 선출되고 다음 날 봉하마을을 찾았다. 그때까지 박 전 대통령이 노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한 적은 없었다.
정치권 일각에선 소위 ‘촛불 혁명’ 이후 봉하마을이 갖는 정치·사회적 의미가 한층 달라졌다는 시각이 나온다. ‘노무현 정신’이 진보·중도 지지층을 중심으로 시대정신화 되면서 보수진영에서도 봉하마을의 상징성을 다시 해석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과거 친노(친노무현계) 그룹이 여야를 막론해 정치권 전면에 나선 것도 봉하마을이 다시금 주목받는 이유다.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해 현재 민주당 주류인 친문(친문재인) 진영의 본류가 친노그룹의 뿌리를 이어받은 것은 물론이고 한국당 김병준 비대위원장까지 옛 친노 진영의 정치적 스펙트럼이 한 폭 더 넓어진 것이 사실이다.
한 관계자는 “정치적으로 이른바 ‘노무현 키즈’가 어느 때보다 광범위하게 포진하면서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조망이 다시 되는 측면도 없지 않을 것”이라며 “그간 보수 정권 시절 노 전 대통령에 대한 평가가 극도로 낮았던 만큼 상대적 재평가가 드라마틱하게 보이는 측면도 크다”고 지적했다.
한편 전대주자인 송영길 의원도 1일 오후 부산에서 당 대표 출마선언을 한 뒤 곧장 봉하마을에 들러 노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한다. 김진표 의원도 다음주 봉하를 찾을 예정이다.
/홍승희인턴기자 shhs9501@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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