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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꽂이-서재를 떠나보내며]'나'를 만든 3만5,000권의 조각들

■알베르토 망겔 지음, 더난 펴냄





만남 끝에는 이별의 순간이 온다. 아르헨티나 국립 도서관장이자 올해 구텐베르크 상을 받은 저자도 예외는 아니었다. 2015년 맨해튼의 침실 한칸짜리 아파트로 이사하며 서재의 정들었던 책들을 떠나보내야 했기 때문이다. 저자는 2000년대 초반 프랑스 농촌 마을에 넓은 석조 헛간을 가진 집을 마련하고 그 헛간을 서재로 개조했다. 세계 곳곳을 돌며 모은 책들을 보관했다. 하지만 이제는 떠나보내야 한다. 70여 개 상자에 3만5,000여권의 책을 포장하며 느낀 소회를 이 책에 담았다.

저자는 “모든 서재는 일종의 자서전이며 책들은 내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상기시킨다”고 강조한다. 복수를 다짐하는 리어 왕, 정체성을 빼앗긴 돈키호테, 리드 수모를 용서한 제인 에어 등 문학 작품 속 인물들에 감정을 이입한다. 서재를 뒤로하고 떠나던 날 그를 위로해준 것도 책이었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게 백색 여왕이 했던 말을 떠올렸다. “네가 얼마나 대단한 소녀인지 생각하라. 네가 오늘 얼마나 먼 길을 왔는지 생각하라. 아무것이라도 좋으니 생각하라. 그리고 울지 마라.” 스코틀랜드의 메리 여왕은 처형 전 옷감에 ‘나의 끝은 나의 시작’이라고 자수를 새겼다. 저자는 떠나온 프랑스의 서재 대신 아르헨티나 국립 도서관장직을 제안받았다. 1만4,000원
/우영탁기자 ta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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