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터는 복수의 관계자들을 인용해 “부티나가 지난 2015년 당시 피셔 부의장과 네이선 시츠 재무부 국제담당 차관을 만났다”고 전했다. 부티나의 로비가 워싱턴 정가뿐 아니라 미 경제·금융의 심장부까지 겨냥했던 셈이다. 1997년 외환위기 당시 국제통화기금(IMF) 수석부총재를 지내 국내에도 잘 알려진 피셔 전 부의장은 당시 금융계에서 가장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실력자 중 한 명이었다.
부티나는 2015년 4월 러시아 중앙은행 부총재였던 알렉산드르 토르신과 함께 미국을 방문해 워싱턴DC의 한 공공정책연구소가 주최한 모임에서 피셔 부의장과 시츠 차관을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연방의원을 지낸 토르신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측근 중 한 명으로 미 검찰은 그를 부티나의 배후로 지목했다.
피셔 전 부의장은 로이터에 “당시 토르신과 그의 통역사를 만났다”면서도 “러시아 경제에 대해 대화를 나눴을 뿐 구체적인 내용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답했다. 피셔는 지난해 10월 임기를 8개월가량 남겨놓고 개인적 사유로 전격 사퇴한 바 있다.
부티나는 워싱턴의 여러 행사에서 토르신의 통역사 자격으로 활약한 후 2016년 8월 아예 아메리칸대 석사과정 유학생으로 입국해 미 공화당 정치 컨설턴트인 폴 에릭슨(56)과 동거하며 스파이로 보폭을 넓혔다. 그는 성관계 등으로 미 정계 인사들에게 접근한 뒤 러시아의 이익을 위해 활동한 혐의로 기소돼 현재 재판을 받고 있다. /뉴욕=손철특파원 runiro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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