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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낡은 정치문화 바꿔 '제2의 비극' 막자

진보정치의 아이콘으로 불리던 노회찬 정의당 의원이 미국에서 귀국한 지 하루 만인 23일 서울 중구 아파트 현관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아파트 계단에서 발견된 노 의원의 외투 안에는 ‘드루킹 사건과 관련해 금전을 받은 사실은 있으나 청탁과는 관련이 없다’는 취지의 유서가 발견돼 아파트에서 투신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인다. 안타깝고 참담한 소식이 아닐 수 없다.

노 의원은 댓글 여론조작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는 드루킹 측으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노 의원은 미국 방문 중이던 20일까지만 해도 “어떠한 불법적인 정치자금도 받은 적이 없다”며 특검 조사에 당당하게 응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하지만 귀국 이후 특검 조사가 임박한 상황이 되자 심리적인 중압감을 이기지 못하고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

노 의원은 같은 당 소속 심상정 의원과 함께 진보정치 진영의 간판스타로 꼽힌다. 그는 촌철살인의 입담과 대중친화적인 언행으로 진보정치의 외연을 확대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최근 문제가 된 국회의원 특수활동비 폐지 법안을 발의하고 특활비를 앞장서 반납하기도 했다. 그가 깨끗한 정치를 표방한 진보정치의 주역이라는 점에서 드루킹 연루 의혹과 관련해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은 크나큰 충격이 아닐 수 없다. 여야 정치권은 황망한 소식을 접하고 안타까움과 침통함을 감추지 못했다. 청와대도 이날 예정된 문재인 대통령의 페이스북 라이브 방송 출연을 취소했다.



노 의원의 비극에 대해 안타까움과 애도 표명에만 그쳐선 안 된다. 그의 선택은 누구든 정치자금과 관련한 후진적 정치문화에서 자유롭지 못함을 새삼 일깨우고 있다. 선거만 치르면 불법 자금수수로 의원직을 상실하는 정치인이 어디 한둘인가. 정치권은 돈 먹는 하마로 불리는 지구당운영제와 정치후원금제도를 포함해 고비용 정치구조를 청산할 혁신적 방안 마련에 나서야 할 것이다. 국회 정치개혁특위의 책임과 역할이 어느 때보다 막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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