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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자부터 장어까지, G2 무역전쟁 리스트에 오른 제품들

2,000억 달러 3차 관세 부과 리스트

가구·전복·가방 등 소비재 대거 포함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모자에도 불똥

제철·車에 유통업계도 "방침 전환하라"

보복에 보복 탓..."소비자도 사정권"

12일 미 캘리포니아주 롱비치항에 중국에서 들어온 컨테이너 화물이 선로 운송을 대기 중인 모습. / AFP연합뉴스




“500억 달러의 제품에 10%의 부가가치세를 물리는 것과 다름 없다”(스티븐 주노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 이코노미스트)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으로 가격이 급등한 것은 철강·알루미늄 뿐만이 아니다. 양국이 차례차례 관세 규모를 늘리면서 ‘이런 것도 관세 대상에 포함되나’ 싶은 제품들이 속출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애장품인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 모자부터 바다 장어까지 무역분쟁의 불똥을 맞은 의외의 물건들을 정리해 본다.

◇트럼프 3차 관세는 ‘소비재’ 겨냥=최근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 10일 발표한 2,000억 달러(약 227조 원) 규모의 3차 중국산 수입품 관세 목록을 분석해 어떤 제품이 포함됐는지 보도했다. 3차 관세 목록의 특징은 주로 산업용 소재·부품에 치중된 이전의 관세 대상과 달리 소비재가 대거 포함됐다는 점이다. 지난해 미국의 대중 제품 수입액을 기준으로 분석하면 3차 관세 목록에 포함된 물품 중 최대 규모는 가구류(290억 달러)다. 농산물과 가공식품도 60억 달러 규모에 달했고, 가죽 제품도 관세 목록에 올랐다.

식품류는 야채·과일·생선류 등을 포함해 1,000여 개 품목으로 구성됐다. 상어 지느러미, 전복, 바다 장어 등 종류가 다양하다. 의류·잡화 품목에는 모자, 가방, 모피 등이 포함됐다. 냉장고, 청소기 등 가전 제품에 심지어 화장지 등 생활 용품까지 목록에 이름을 올렸다.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 모자 /자료 제공=도널드 트럼프 공식 스토어


◇트럼프 애장품,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모자도 불똥=3차 관세 목록에 모자가 포함되면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애장품인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 모자도 무역전쟁의 불똥을 맞았다. 이 모자는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슬로건인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가 흰색 자수로 장식돼 있으며 대부분 붉은색으로 제작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6년 선거 유세 뿐만 아니라 취임 후 지지자 연설 때도 이 모자를 즐겨 썼다.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 사이에서도 이 모자는 인기 상품으로 꼽힌다.

문제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모자의 대부분이 중국에서 제작되기 때문에 트럼프 행정부의 계획대로 10%의 관세가 적용되면 사실상 추가 비용이 된다는 점이다. 미국 유통업체들은 이미 모자 사재기에 나섰다. 중국에서 모자 수입을 계속하든, 미국 공장으로 물품 조달처를 교체하든 가격을 상승 책정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관세가 부과되면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모자 가격이 개당 현 9~12달러에서 20달러로 올라갈 것으로 미국 유통 업계는 보고 있다. 캘리포니아주에서 기념품 가게를 운영하는 데이비드 래소프는 “물량 부족이 예상된다”며 “(관세 부과 등으로) 상황이 바뀌게 되면 대비할 수 있도록 재고를 충분히 해두는 중”이라고 말했다.





◇미 제철·자동차 넘어 유통 업계까지 울상=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폭탄 범위가 넓어지면서 미국 업계들의 원성도 높아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철강·알루미늄 고율 관세를 부과하면서 캔 등을 제작하는 기업들이 조업 차질에 불만을 표시하며 워싱턴 정가에서 로비를 벌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11월 중간선거 전에 수입 자동차에 관세를 부과하기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지자 미국 자동차 업계도 볼멘소리를 쏟아냈다. 제너럴모터스(GM), 포드, 피아트크라이슬러(FCA)로 구성된 미국자동차무역정책위원회(AAPC)의 맷 블런트 회장은 지난 19일 미 상무부가 개최한 공청회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긍정적인 정책이 관세로 인해 희석될 우려가 크다”며 “자동차 수입은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12개 미국 및 해외 자동차 제조업체로 구성된 미 자동차제조연맹(AAM)은 수입차에 25%의 관세가 추가되면 평균 판매가가 대당 5,800달러 오르고 최대 19만5,000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으로 추산했다.

이제 불똥은 미국 유통업계로 튄 모습이다. 미국 유통업체를 대변하는 소매업연맹은 지난 10일 “일상 생활 제품의 가격 인상은 피할 수 없다”며 “경제가 마이너스 성장으로 돌아가기 전에 정부가 방침을 전환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당장 3차 관세 목록에서 소비재가 대거 포함된 것은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 정부에 보복에 맞서 관세 부과 규모를 넓혀가는 탓에 분야를 가릴 수가 없어진 탓이 크다. 무역 전쟁이 봉합되지 않으면 관세 대상 제품도 따라서 늘어나 미 경제 타격도 커질 수밖에 없다. 주노 이코노미스트는 “(3차 관세 대상 규모 중) 24%는 소비재를 대상으로 하고 있어, 500억 달러의 제품에 10%의 부가가치세가 부과된 것과 같다”며 “소비자가 무역전쟁의 사정권에 들어갔다”고 지적했다.
/변재현기자 humblenes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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