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남자 직원만 긴바지에 정장 구두를 신습니까. 땀띠 나겠습니다.”
폭염특보가 내려진 20일 오후2시 서울 중구의 한 서비스 업체 탕비실 안. 더위를 참다못한 한 남성 직원이 ‘여직원은 치마를 입게 하면서 왜 남직원만 긴바지를 입느냐, 효율적인 업무를 위해서라도 반바지와 가벼운 신발을 도입해달라’는 글을 붙였다. 남자 직원들은 호응하며 ‘맞습니다’ ‘좋아요’ 같은 답글을 여백에 적었지만 이 글은 붙은 지 1시간 만에 구겨져 휴지통으로 던져졌다.
연일 이어진 불볕더위 탓에 때아닌 ‘복장 논란’이 일고 있다. ‘단정한 옷차림’을 강조하는 기업들이 여성 직원에게는 치마와 정장 반바지를 허용한 반면 남성 직원에게는 여전히 긴 정장 바지만 입게 해서다. 남자 직원들이 사내 제보함과 청와대 게시판까지 동원해 ‘반바지 도입’을 외치고 있지만 기업들은 “사회 통념상 남성의 반바지는 허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윗선을 향해야 할 복장 불만이 남녀 갈등으로 번지기도 한다. 에어컨 온도를 올리거나 서로 복장을 지적하다 감정싸움으로 번지는 경우다. 직장인 임모(28)씨는 최근 사무실에서 에어컨 온도를 올리려다 “긴바지 입어서 더워 죽겠는데 치마 입고 춥다고 하냐”는 핀잔을 들었다. 직장인 양모(30)씨도 “‘여자는 치마 입어서 좋겠다’는 말이 싫어 아예 긴바지만 입고 다니고 있다”고 전했다.
학계는 각 회사 사정에 맞춰 복장 문제를 공론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병은 서울대 사회발전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정보기술(IT)이나 제조업 등 적합한 복장의 기준은 직군마다 조금씩 다르다”며 “내부 의견을 수렴해 회사 안에서 ‘가장 좋은 복장문화’가 무엇인지 찾아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직원 간 갈등에 대해서는 “여성들도 과거 투피스 치마만 강요하는 사무실 분위기를 페미니즘 운동으로 바꿨다”며 “남성 직원들도 복장의 자율성을 원한다면 직접 목소리를 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신다은기자 down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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