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이 국가정보원에서 특수활동비를 상납받고 옛 새누리당의 선거 공천 과정에 개입한 혐의로 기소된 사건을 두고 20일 법원의 1심 판결이 나온다. 박 전 대통령이 형사사건으로 판결 선고를 받는 것은 지난 4월 끝난 국정농단 사건 1심에 이어 두 번째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성창호 부장판사)는 이날 오후 2시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등 혐의를 받는 박 전 대통령의 선고공판을 연다. 이날 재판은 국정농단 사건 1심 선고 때와 마찬가지로 TV로 생중계될 예정이다. 재판부가 공공의 이익 등을 고려해 언론사의 생중계 허가 요청을 받아들인 것이다.
박 전 대통령은 재임 시절 이재만·안봉근·정호성 비서관 등 최측근 3명을 통해 남재준·이병기·이병호 전 국정원장에게서 총 35억원의 국정원 특활비를 받은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검찰은 이에 국고손실 혐의와 뇌물 혐의를 함께 적용했다.
법조계에선 박 전 대통령이 뇌물 혐의 대신 국고손실 혐의만 유죄로 인정받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특활비를 건넨 전직 국정원장들이나 이재만·안봉근·정호성 비서관들의 1심 재판에서 법원이 특활비 제공을 뇌물로 보기는 어렵다는 판단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이날 박 전 대통령은 2016년 치러진 4·13 총선을 앞두고 당시 여당인 새누리당의 공천에 불법 개입한 혐의에 관해서도 판단을 받는다. 당시 청와대는 당선 가능성이 큰 지역에 친박계 인사들을 공천하려는 계획을 세우고, 예비후보들의 성향과 인지도를 살펴보기 위해 이른바 ‘진박 감정용’ 불법 여론조사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특활비 수수 사건으로는 징역 12년과 벌금 80억원, 추징금 35억원을 구형했다. 공천개입 사건에 대해선 징역 3년을 구형했다. 이미 국정농단 사건으로 1심에서 징역 24년과 벌금 180억원을 선고받은 박 전 대통령은 당일 일부 혐의에 대해서 무죄가 선고되더라도 형량은 상당히 늘어날 것으로 관측된다.
이날 오전 서울고법에서는 국정농단 사건의 항소심 결심 공판이 예정돼 있다. 박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사건을 두고 검찰 구형이 이뤄진다. 검찰은 1심이 무죄로 판단한 부분까지 유죄로 인정해달라며 재판부에 원심 구형량인 징역 30년을 선고해달라고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 1심 판결에 대해 박 전 대통령은 항소하지 않았다.
박 전 대통령은 특활비 상납 등 사건의 1심 선고공판과 국정농단 사건의 항소심 결심 공판 모두 출석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국정농단 사건 재판 도중 ‘보이콧’을 선언한 이후 어떤 재판에도 출석하지 않았다.
/홍승희인턴기자 shhs9501@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