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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꽂이-조선관청기행]3,500대1...공시 뺨치는 과거시험 경쟁률

■박영규 지음, 김영사 펴냄





‘135 대 1’. 올해 서울시가 진행한 9급 보건직공무원 공개채용 경쟁률이다. 흔히 공무원 뒤에는 ‘공복’이란 상징어가 뒤따르지만 이 숫자 속에는 공복이 내포하는 국민에 대한 희생이란 고고한 가치보다 현실의 궁핍함을 극복하고자 하는 도피적 성격이 짙게 배어 있다.

노무현 대통령은 재임 시절 시스템 행정을 강조했다. 여기엔 두 가지 의미가 있다. 이른바 선진국에 들어서려면 국가행정은 사람이 아닌 시스템으로 작동돼야 한다는 주문, 그리고 지금까지 대한민국에 드리웠던 구국의 영웅 신화를 배격해야 한다는 시대적 통찰이다.

현재 우리가 사는 이 시대 ‘국가란 무엇인가’, 나아가 ‘국가행정은 어떠해야 하는가’란 질문에서 답을 찾아내려면 이 두 가지 이질적 키워드 숙지는 필수적이다. 역사 저술가 박영규는 조선시대 행정시스템에서 길어올린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국가란, 국가행정이란 무엇이고 어떠해야 하는가’란 시대적 질문에 답을 찾기 위한 책이다.



모든 역사서적이 그러하듯 이 책 역시 일반인들이 넌지시 그러려니 했던 것들과 반대되는 여러 역사적 사실들을 던져주며 읽는 흥미를 자아낸다. 예컨대 1796년(정조20년) 조정은 현재로 따지면 공개채용시험과 같은 도산별과 과거를 실시했다. 이 공채시험에 응시한 인원은 7,000여명, 급제자(합격자)는 단 2명이었다. 단순 경쟁률 3,500 대 1을 기록한 것인데 지금의 공무원채용 경쟁률은 애교수준이다.

최고 인기직종 순위도 예상 밖이다. 여러 사극을 통해 조선시대 관직순위를 학습한 일반 시청자들은 영의정, 우의정, 좌의정 등 ‘3정승’이 관료가 좇는 최고지점이라 생각하지만 당시 최고 영예의 자리는 나라의 학문을 책임지는 홍문관 대제학이었다. 대제학이 정승이 될 수는 있어도 정승이 대제학이 되는 것은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조선시대 여성공무원에 대한 이야기도 흥미롭다. 조선시대 여성들은 주로 의사, 간호사, 경찰, 연산군 이후에는 사대부의 잔치에 동원되는 기생 등으로 공직을 수행했는데 유교문화의 영향으로 남존여비가 뿌리 깊었던 당시에도 여성 공직자들도 남성 공직자들과 동등하게 공복을 입었다는 점이다. 1만3,000원
/서은영기자 supia927@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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