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사들 목숨 걸고 복음을 전파하러 중동에 가는데 힘들게 우리나라를 찾아온 500명 난민은 안 된다? 오히려 중동에 직접 가지 않고도 안전하게 신앙을 전달할 수 있음에 감사해야 하는 것 아닐까요.”
예멘 출신 난민 2인을 보호하고 있는 제주 늘푸른교회 이정훈 목사는 최근 서울 종로구 기독교회관에서 서울경제신문을 만나 “난민 심사는 법무부가 결정할 사안이지만 심사를 받는 동안이라도 목회자로서 이들을 보호하고 인간다운 삶을 보장해줘야겠다고 생각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목사는 성경의 ‘지극히 작은 자에게 한 행동이 내게 한 것이다’라는 구절을 인용하며 무슬림 난민을 비판하는 일부 목회자를 비판했다. 종교가 다르다고 난민을 내치는 것은 ‘나그네를 환영하고 원수를 사랑하라’는 예수님의 말씀을 무시하는 행위라는 것이다. 이 목사는 “예배당 대신 사랑방에 묵게 했고 예배에 오는 것은 개인의 선택이라 강조했다”면서도 “이들이 지난 주일(9일)에 예배당에 와서 예배에도 참석하고 신자들에게 고맙다고 인사했다”고 밝혔다.
난민의 출도제한을 유지하고 더 나아가 이들을 본국으로 재송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성추행·테러 등에 대한 공포도 적지 않다. 하지만 이에 대해 이 목사는 “공포는 난민에 부정적인 가짜뉴스 때문”이라며 “오히려 지금이라도 최대한 빨리 이들이 서울로 향할 수 있도록 출도제한을 풀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젊은 남성’인 난민이 취업을 위해 한국으로 온 것 아닌가라는 세간의 인식에 대해서는 “제주 4·3 사건 당시 많은 젊은 남성들이 일본으로 탈출한 것처럼 본국으로 돌아가면 징집당해 생명의 위협을 받을 이들이 제일 먼저 탈출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반박하면서 “오히려 우리도 아픈 역사가 있었던 만큼 이들을 더 이해하고 도와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멘은 현재 시아파와 수니파가 갈라져 싸우고 있다. 난민에 대해 ‘같은 이슬람교 사이에서도 전쟁이 벌어졌는데 한국의 기독교 및 불교와 공존할 수 있나’라는 회의감이 나타나는 이유다. 이 목사는 이에 대해 단호하게 “근본주의자들이 문제”라며 “이는 이슬람뿐 아니라 기독교도 마찬가지”라고 대답했다. 이어 “우리 사회만큼 종교 간 화합이 잘 이뤄지는 사회는 없다”며 “종교 간 공존은 당연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 목사는 “우리가 믿는 하나님은 절대 쩨쩨한 하나님이 아니다”라며 “목회자로 그런 자신감도 없이 무슨 종교를 믿겠나”라고 반문했다.
/우영탁기자 tak@sedaily.com /사진=권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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