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13일 “삼성이 글로벌 1위 기업이 된 것은 1~3차 협력업체들을 쥐어짠 결과”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삼성이 지난해 60조원의 순이익을 냈는데 여기에서 20조원만 풀면 200만명에게 1,000만원을 더 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인도 순방 중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별도의 만남을 가지는 등 집권 2년차를 맞아 기업 정책에 변화를 주고 있는 상황에서 여당의 핵심 인사가 청와대의 움직임과 상반된 발언을 내놓은 것이다. 일각에서는 홍 원내대표가 경기침체의 원인을 특정 기업 탓으로 돌려 반기업 정서를 부추겼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날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한국여성경제포럼에 참석한 홍 원내대표는 “지난 1996년부터 2016년까지 20년간 우리나라 가계소득은 8.7% 감소했지만 기업소득은 8.4% 증가했다”며 “삼성이 글로벌 기업이 되는 동안 우리나라 가계는 더 가난해졌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홍 원내대표는 “한국 기업의 임금소득 기여도는 굉장히 낮은데도 기업의 조세부담은 오히려 가계에 비해 낮다”며 “삼성이 지난해에 60조원의 순이익을 냈는데 여기에서 20조원만 풀면 200만명에게 1,000만원을 더 줄 수 있다”고 말했다. 기업의 경영 성과가 근로자에게 더 많이 분배돼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이었을 것으로 추정되나 이는 기업의 조세부담이나 재투자 및 신규투자, 사회 환원 등 지속적인 경영활동에 대한 고려는 전혀 없는 단순셈법이다. 이 때문에 자극적인 숫자를 내세워 반기업 정서를 부추겼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홍 원내대표는 이 자리에서 소득주도 성장 기조에 대한 동의를 구하기도 했다. 그는 “근로시간 단축이나 최저임금 인상이 우리 경제에 큰 어려움을 준다며 야단을 치실 텐데 문재인 정부는 과거와 다른 새로운 경제정책을 펼치고 있다”면서 “왜 소득주도 성장으로 갈 수밖에 없느냐는 인식을 함께해주셨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사회적 양극화를 해결하지 않으면 한국 사회가 지속 가능하지 않다”며 “기업 조세부담이 가계에 비해 낮다”고 지적했다. 홍 원내대표는 같은 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도 고용지표 악화와 관련해 “마치 소득주도 성장 때문에 ‘고용 쇼크’가 발생했다는 지적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홍 원내대표는 “100인 이상 기업의 근로자 임금을 100이라고 하면 10인 미만 기업은 43%에도 미치지 못하고 비정규직 임금은 31% 수준”이라며 “(100인 이상 대기업의) 임금 인상은 자제시키고 저임금층은 대기업 대비 60~70% 수준까지라도 올려주자는 것이 (현 정부의 ) 임금정책이고 노동정책”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상위 10% 노동자와 저임금 노동자 간 임금 격차가 벌어지므로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최저임금 인상 정책을 펴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저임금 인상과 관련해서는 “중소기업 경영자에게는 직접적 부담일 테지만 중소기업이나 영세 자영업자의 지급능력을 높이는 정책 또한 추진 중”이라며 “대기업의 단가 후려치기 등을 근절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양지윤기자 ya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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