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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종전선언 北 비핵화 조치 봐가며 차분히 추진을

싱가포르를 국빈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올해 종전선언을 하는 것이 우리 정부의 목표”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시기와 방식 등에 대해서는 미국과 북한 등 주변국들과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고 말해 중재작업이 이뤄지고 있음도 시사했다. 북미 고위급회담이 입장차만 노출한 채 성과 없이 끝나면서 국제사회의 우려가 커지자 종전선언을 연내 마무리 지어 꽉 막힌 비핵화의 숨통을 틔우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문 대통령의 답답함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북미 정상이 완전한 비핵화에 합의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후속협상이 제자리에서 맴돌고 있으니 그럴 만하다. 그렇다고 조급해해서는 안 된다. 종전선언은 전쟁이 끝났음을 알리는 단순한 이벤트가 아니다. 70년간 지속돼온 대립과 갈등의 역사에 종지부를 찍고 평화체제로의 전환이 시작됐음을 대내외에 알리는 일이다. 남북미 정상이 합의한 완전한 비핵화의 후속조치로 서로 신뢰를 쌓지 않는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한미는 이미 한반도 안보에 직접적 영향을 주는 한미연합훈련을 중단하는 후속조치를 실행한 바 있다. 하지만 북측은 아직 이에 상응하는 조치를 내놓지 않고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약속했던 미사일엔진실험장 폐기도 감감무소식이다. 오히려 핵 시설 신고와 검증 같은 비핵화 후속조치를 “일방적이고 강도적 요구”라고 비난하면서 체제 보장이 먼저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래서는 상호 신뢰가 생길 리 없다.



북한이 종전선언을 원한다면 스스로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핵 관련 시설의 신고범위와 일정 같은 비핵화 로드맵을 내놓고 그에 필요한 제반 조치를 이행하는 것은 상호 신뢰를 위한 최소조건이다. 종전선언은 북한의 구체적인 후속조치를 통해 비핵화에 대한 진정성을 확인한 후 나와도 늦지 않다. “시간은 많이 남아 있다”는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발언처럼 비핵화를 위해서는 험하고 먼 길을 가야 한다. 서두르지 말고 차분하게 대응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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