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로 예정된 전당대회의 준비를 둘러싸고 바른미래당 내부에서 또 다시 파열음이 나오고 있다. 이지현 비대위원은 11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 참석해 “양 당의 통합정신에 기초하고 있는 현재의 당헌조차 무시한 채 모든 것을 오로지 머리 수로 결정하자는 듯한 분별 없는 주장이 넘쳐난다”며 성토했다. 기존의 당 대표·최고위원 통합선출이냐 분리선출이냐, 또 전(全)당원 투표냐 책임당원 투표냐 등 전당대회에서 차기 지도부를 어떻게 선출할 것인지를 놓고 갈등이 표면화되는 모양새다. 옛 국민의당 출신 인사들은 당 대표와 최고위원을 통합선출하고 투표결과에 여론조사 결과를 반영한다는 내용의 현 당헌을 개정해 당 대표와 최고위원을 분리선출하고 투표 결과에 여론조사를 넣지 말자고 주장하고 있어 바른정당 출신들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이 비대위원은 당헌을 바꾸자는 일각의 의견에 대해 “다수와 소수가 한 배를 타고 있는 상황에서 다수가 규칙을 무시한 채 오로지 숫자로만 모든 것을 결정하려고 한다면 ‘민주적 독재’로 이어진다”고 경고했다. 그는 전당대회준비위원회(전준위)에 당헌 개정 여부까지 결정하는 권한을 위임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 비판하기도 했다. 바른미래당은 지난 9일 전당대회에 대한 최종 결정 권한을 전준위에 위임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 비대위원은 “지난 6월25일 비상대책회의에서 ‘당대표 및 최고위원 준비위원회 설치 및 구성 권한 위임’에 대한 안건을 의결했는데 당시 문건을 보면 지도부 선출 관련 당규 시안 작성과 전당 대회 준비 및 진행에 관한 사항이라고만 되어있다”며 “비대위원 전원은 이 안건에 대해서만 의결했다. 전준위가 당헌 개정까지 진행한다는 것에 대해선 비대위에서 의결한 적이 없다”고 격앙된 어조로 말했다. 그러면서 “의총에서 나온 의견을 전준위에 위임한다는데, 이럴 수 있는 권한은 당헌·당규 그 어디에도 없다. 전준위에 어떤 권한을 줄 지는 비대위에서 결정하는 사항”이라고 강조했다. 이 비대위원은 당헌을 무작정 바꾸자는 당내 의견을 ‘구태’라 칭하며 “이런 구태정치를 계속 답습한다면 저희보다 국민이 먼저 알 거다. 지지율 5%는 절대 변하지 않을 것”이라 덧붙이기도 했다.
이 비대위원의 이 같은 ‘작심발언’에 회의에 참석한 비대위원들이 수습에 나섰다. 오신환 비대위원은 “이지현 비대위원이 흥분을 하면서 말씀을 하셨는데 논의 과정 속에서 거론된 사항이지 당헌이 지금 바뀐 건 아니다”라며 “과정 중에 있을 수 있는 일이고 비대위에서 결정할 문제니 논의를 계속 진행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양지윤기자 ya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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