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위원회가 10일 사용자(기업) 측이 요구한 내년도 최저임금의 업종별 차등 적용 방안을 14대9로 부결시키자 사용자위원 9명이 위원회 불참을 선언했다.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에 반발한 민주노총 측 근로자위원의 불참 이후 또다시 위원회가 파행을 맞았다.
당초 사용자 측은 최저임금 지급이 어려운 업종(최저임금 미만율이 전 산업 평균 이상인 업종)과 종업원 1인당 영업이익·부가가치가 다른 산업보다 낮은 업종에 대해 공식 최저임금 인상률의 절반 내지 별도 인상률을 적용해달라고 요구했다. 사용자위원인 이재원 중소기업중앙회 인력지원본부장은 “인상률이 과도하면 일부 소상공인은 최저임금도 제대로 못 주고 범법자로 전락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결론은 부결이었다. 업종별 최저임금 차등 적용은 최저임금이 도입된 지난 1988년 딱 한 차례만 있었다.
사용자위원들의 불참은 최저임금위가 ‘기울어진 운동장’인 상태에서 협상의 여지가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위원회에 남은 근로자위원 5명에 더해 공익위원 9명 중 8명도 친노동계다. 1명은 당연직인 고용노동부 간부다. 이들 14명만으로도 전체 위원 27명의 과반을 충족해 내년 최저임금을 의결할 수 있다.
물론 사용자 없이 최저임금을 의결하는 것은 상당한 부담인 만큼 위원회는 사용자위원의 복귀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당장 14일까지로 못 박은 심의·의결 일정이 촉박하다. 올해 대비 43.3% 뛴 1만790원을 요구하는 노동계와 동결을 주장하는 사용자의 타협점 찾기도 어렵다. 결국 이달 14일 내년 최저임금을 의결해 오는 8월5일 고시한다는 위원회 계획은 틀어질 게 뻔하다.
이런 가운데 사용자는 물론 근로자 측에서도 현재 최저임금이 과다하다는 의견이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최저임금위 산하 임금수준전문위원회가 지난해 기준 시급 9,705원 이하를 받는 근로자 5,096명과 이들을 고용한 사업체 2,447개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근로자들의 31.2%가 올해 최저임금(시급 7,530원)이 “약간 높거나 매우 높다”고 답했다. 내년 최저임금을 동결해야 한다는 근로자 비율도 14.9%로 지난해 같은 조사(4.6%)와 비교해 3.2배로 뛰었다.
/세종=이종혁기자 2juzs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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