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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현장에서] 앙골라, 아프리카의 엘도라도를 넘어

고유가 덕에 앙골라 한때 황금기

2014년 이후 경제 추락했지만

평화적 정권교체로 전방위 개혁

한국과 경협으로 발전 이룩하길

김동찬 주앙골라대사







5년 전만 해도 앙골라는 아프리카의 엘도라도로 불렸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이상 치솟으면서 앙골라의 원유는 인구 3,000만의 이 남서아프리카 연안국에 엄청난 부를 안겨다 줬고 이는 27년간의 내전 종식 후 찾아온 국내 정세의 안정과 맞물려 세계적인 기업과 투자자들을 앙골라로 끌어들였다. 수도 루안다 해변에는 화려한 고층건물이 늘어서기 시작했다. 지난 2005~2008년 연평균 19%의 기록적인 경제성장은 포르투갈 식민통치의 상처와 독립 후 긴 내전을 겪었던 앙골라인들의 멍든 가슴을 희망과 자부심으로 채워줬다. 우리 교민들의 이야기에 의하면 당시에는 루안다 시내에서 달러가 앙골라 화폐 콴자의 위세에 눌려 힘을 못 썼다고 하니 앙골라가 국제적 유명세를 타고 우리나라에 알려지기 시작한 때도 이즈음이 아닌가 싶다.

2018년 현재, 앙골라라고 쓰고 엘도라도로 읽던 시절의 흔적은 안타깝게도 찾아보기가 힘들다. 2014년 이후 국제유가가 폭락하면서 황금기를 구가하던 앙골라의 경제도 곤두박질쳤다. 1979년부터 집권했던 조제 에두아르두 두스산투스 전 앙골라 대통령은 석유 의존 경제를 제조업 중심으로 재편하고자 했으나 유가폭락의 날벼락은 개혁동력을 순식간에 빼앗아 갔다. 2016년에는 급기야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이쯤 되면 흔히들 생각하는 장기집권, 자원을 둘러싼 이권 다툼 및 부패 등으로 인한 아프리카의 혼란과 빈곤의 악순환이라는 틀에 앙골라를 적용하려 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이런 프레임만으로는 지금의 앙골라를 읽어낼 수 없다. 우리는 앙골라의 경제 활력을 앗아간 상처에 지금 민주주의라는 새살이 돋아나 앙골라 사회 전반에 새로운 숨을 불어넣고 있다는 사실에 보다 주목할 필요가 있다.



앙골라의 수도 루안다 시내 전경./사진제공=주앙골라대사관


지난해 앙골라에서는 역사적인 선거가 있었다. 38년간 집권한 산투스 대통령을 교체하는 선거였다. 일부 아프리카 국가들의 권력교체 혼란상을 기억하는 서방국들은 아프리카에서 두 번째로 오래 집권하고 있던 산투스의 평화적 퇴장 여부를 주시했다. 앙골라 정부는 유권자 등록과 선거준비가 투명하게 이뤄지고 있음을 외교단에 상세히 브리핑하며 공정성을 의심하는 일각의 냉소에 맞섰다. 선거는 평화롭게 끝났다. 집권여당 MPLA의 후보인 주앙 로렌수 전 앙골라 국방부 장관이 대통령에 선출되며 38년의 장기집권이 민주적으로 종식된 것이다. 선관위원장은 로렌수의 당선을 발표하며 앙골라의 민주주의가 세계를 매료시켰다고 당당히 말했다. 서방 주요국들도 찬사를 보냈다.

로렌수 대통령은 지난 10개월간 부패와 기득권 철폐 및 경제 다변화를 내세우며 개혁을 쉼 없이 추진해왔다. 당내 개혁을 통해 퇴임 후에도 당의장직을 유지하고 있던 산투스 전 대통령의 당직 퇴진 합의를 이끌어냈고 산투스 일가의 이권사업 및 해외재산에도 칼을 들이댔다. 투자유치법 개정, 변동환율제 도입 등 경제개혁 조치도 신속하게 진행했다. 또한 오는 2020년에는 최초의 지방선거를 실시하기로 했다. 우리로 따지면 ‘나라다운 나라’ 만들기의 로렌수식 버전이니 기초부터 바로 세워 과거 엘도라도의 영광을 넘어서자는 것이다. 야당도 이를 반기고 있다.

필자는 지난해 2월 당시 국방장관이었던 로렌수 대통령 내외를 관저로 초청해 흉금을 터놓고 대화할 기회를 가졌다. 바로 두 달 전 한국을 방문했던 그는 당시 한국의 발전상에 깊은 감명을 받았음을 강조했다. 그래서인지 대선 유세에서 한국을 앙골라 경제발전의 본보기로 꼽았고 대통령 취임연설에서는 한국을 앙골라의 주요 협력파트너로 거명했다. 앙골라 민주주의와 경제수준을 끌어올리고자 밤낮없이 고심하는 새로운 지도자의 마음 한 곳에 한국이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은 기쁜 일이다. 나아가 우리와 민주적 거버넌스와 경제협력을 같이 논할 수 있는 아프리카의 파트너가 생기는 것은 전략적으로도 의미 있는 일이라 할 수 있겠다. 과거 많은 아프리카 국가들이 반복해왔던 시행착오의 역사를 앙골라가 멋지게 마감하고 민주주의와 경제성장을 함께 이룩하는 발전 모델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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