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9월 온라인거래 플랫폼 이베이(eBay)가 20주년 기념행사를 열던 날, 그간 1억6,000만명의 사용자가 이베이를 방문했고 누적 거래액이 7,000억 달러를 넘었음에도 불구하고 최고경영자의 얼굴은 밝지 않았다. 국경 없는 인터넷 시장의 포문을 연 이베이였지만 그 성공비결인 ‘효율적 거래’가 위협받고 있었기 때문이다. 위협자는 바로 반대편에서 성공가도를 달리기 시작한 인터넷 스타트업 ‘블라블라카’다.
블라블라카는 이베이와 유사한 온라인 시장이지만 ‘전문화’된 기업이었다. 이 회사는 차를 태워주려는 사람과 차를 타려는 사람을 연결해 주는 차량 공유 기업으로, 매달 수백만 명의 승차자와 운전자를 연결해 주며 성장하고 있었다. 우버처럼. 이베이가 가격 기반 경매에 초점을 맞췄다면 블라블라카는 사용자가 마음에 드는 운전자를 간편하게 찾아낼 수 있도록 다양한 데이터를 제공한다. 이제 가격이 아니라 ‘데이터’가 시장의 중심이 되는 시대라는 의미다.
빅데이터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인 저자는 화폐 기반의 자본주의가 이제 데이터 기반으로 바뀌고 있다고 선언한다. 상품에 대한 정보가 가격 말고도 무궁무진하다는 것. 수요자가 가격 못지않게 의존하는 정보의 역할이 커진다는 얘기다. 저자는 “돈 이외의 욕구에 대한 평가가 분명히 필요한 상황”임을 일깨운다.
기존의 자본주의는 화폐 중심의 시장이었다. 가격과 화폐가 재화와 서비스의 교환을 이끄는 ‘척도’였다. 하지만 가격이라는 숫자로 압축하기에는 거래자나 구매자, 시장의 미묘한 정보가 너무나 많고 중요하다. 데이터에 기반을 둔 서비스는 고객에게 맞는 최적의 물건과 서비스를 연결해 줄 수 있어 만족도가 높고 낭비는 줄어든다. 최적의 거래가 가능해진 것이다.
저자는 “인간의 선택과 선호도 등 인간의 행동에 대한 축적된 엄청난 데이터와 딥러닝은 잘못된 판단을 줄여주고 개인별 선호도에 맞춰 물건과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에 데이터를 동력으로 삼아 시장을 재가동하면 경제를 근본적으로 재구성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우리의 취향을 잘 아는 데이터 덕분에 일상적 의사결정의 스트레스에서 해방될 수 있으니 더 중요하고 좋아하는 의사결정에 집중할 수 있다. 협업의 확대 가능성도 다양해진다. 물론 단점도 있다. 데이터와 머신 러닝에 대한 의존성이 커질수록 집중화와 시스템 오류에 대한 불안이 커진다. 하지만 부인할 수 없다. 이제 데이터가 ‘새로운 보이지 않는 손’으로 자본주의를 지배하기 시작했음을. 2만원
/조상인기자 ccs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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