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조사기관인 갤럽은 4일(현지시간) 미국 독립기념일 242주년을 맞아 실시한 조사에서 “미국민이라는 사실이 매우 자랑스럽다”는 답변이 47%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는 같은 질문을 시작한 지난 2001년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2003년에는 미국인의 70%가량이 “매우 자랑스럽다”고 자신한 바 있다.
세계 최강대국인 미국 국민의 자부심은 트럼프 대통령 집권 이후 두드러지게 약해지고 있다. “자랑스럽다”는 응답은 지난해 51%에서 올해 처음 절반 아래로 떨어졌다. 뉴스위크지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재직한 8년 동안은 미국인으로서 자부심을 표현하는 답변이 계속 50%대를 유지했지만 ‘미국 우선주의’를 슬로건으로 내건 트럼프 대통령 집권 이후 하락세가 확대됐다”고 지적했다.
실제 미국 내에서는 최대 국경일인 독립기념일을 맞아 트럼프 대통령의 반(反)이민정책과 일방주의 외교, 무역전쟁 등에 대한 반발이 들끓었다. 뉴욕데일리뉴스는 이날 신문 1면에 광대 분장을 하고 쪼개진 왕관을 쓴 트럼프 대통령의 이미지 합성사진과 함께 “왕 노릇을 하는 광대는 242년 전 오늘 이 나라가 건국의 기반을 둔 근본가치를 뒤엎지 못할 것”이라는 내용의 논평을 실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반이민정책에 항의하는 7명의 시위대가 미국 독립 100주년에 프랑스가 선물한 ‘자유의 여신상’에 올라 ‘이민세관단속국(ICE)을 폐지하라’고 적힌 현수막을 내걸고 고공시위를 벌이다 경찰에 체포되기도 했다.
앞서 미 퀴니피액대가 미국민 1,020명을 상대로 한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49%가 “트럼프 대통령이 인종차별주의자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아니다”라는 응답은 47%였다. /뉴욕=손철특파원 runiro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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