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하순 수석급을 중심으로 한 청와대 2기 참모진 개편의 후속으로 이뤄질 비서관·행정관 인선을 앞두고 내부 분위기가 뒤숭숭하다. 자진해서 사의를 굳혔거나 자의반·타의반으로 진퇴를 고민하는 실무급 참모들이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 징조는 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실 선임행정관이 사의를 공개적으로 표명하면서 뚜렷해졌다. 탁 행정관은 지난달 30일 일부 기자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를 통해 “이제 정말로 나가도 될 때가 된 것 같다”고 밝혔다. 그는 “여러 차례 사직 의사를 밝혔지만 저에 대한 인간적인 정리에 (인사권자가) 쉽게 결정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굳이 공개적으로 사직 의사를 밝힌 이유”라고 덧붙였다. 탁 행정관은 “애초에 6개월만 약속하고 들어왔던 터라 예정보다 더 오래 있었다”고 설명했다.
“가을 남북회담까지 일해달라”
任, 탁현민 사의 표명에 만류
이에 대해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1일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이 간곡히 만류했고 탁 행정관이 수용했는지 여부는 모르겠다고 전했다. 임 실장은 탁 행정관에게 “가을에 남북 정상회담 등 중요한 행사가 많으니 그때까지만이라도 일을 해달라. 첫눈이 오면 놓아주겠다”고 뜻을 전달했다는 게 핵심관계자의 설명이다. 탁 행정관은 청와대 입성 후 과거 저술했던 ‘남성마음설명서’에서 여성을 비하하는 듯한 표현을 한 것이 화근이 돼 진보와 보수 양측으로부터 뭇매를 맞아왔다. 근래에는 지난 대통령선거 당시 불법선거운동을 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벌금 70만원을 선고 받기도 했다.
청와대의 한 실무자는 “탁 행정관 이외에도 당이나 부처에서 온 상당수 행정관이 원래 근무하던 곳으로의 귀대를 결심하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 수석급 물갈이가 단행된 일자리·경제·시민사회수석실에서는 일부 비서관들도 진퇴 문제로 속앓이를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다른 청와대 실무자는 “과거에는 청와대에서 일했다는 경력이 앞날을 보장하는 큰 ‘훈장’이었지만 현 정부 들어 낮은 청와대를 지향해서인지 대통령을 모셨다고 해서 이후에 프리미엄을 보장해주지 않은 것 같다”며 “청와대에 들어온 후 과거보다 실질 임금이 줄어든 경우도 있고 업무는 과중한데 정책 성과가 미흡하면 온갖 비판을 받아야 해 우리끼리는 ‘상처뿐인 영광’이라고 위로하기도 한다”고 토로했다. /민병권기자 newsroo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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