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국회에 따르면 민주당 의원 39명은 지난 2016년 12월 체계적인 재정 관리를 목표로 한 재정건전화법안을 발의했다. 당시 야당이던 민주당은 정부가 △국가채무를 국내총생산(GDP) 대비 45% 이내로 유지 △국가재정수지는 GDP 3% 이하로 관리한다는 내용의 재정건전화법 제정안을 내놓자 이보다 더 강력한 조항을 넣어 정부를 압박했다. 해당 법안은 신규 국가채무를 GDP 대비 0.35% 이하로 제한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신규 채무 GDP 0.35% 제한 등
野시절 엄격한 잣대 들이댔지만
文정부 들어서자 복지정책 홍보
한국당 “법안 처리” 재논의 검토
눈여겨볼 부분은 민주당이 당시 내세운 법안 제안 이유다. 이들은 ‘저출산과 고령화로 인한 복지비용의 증가로 재정 건전성이 악화될 것으로 전망된다’는 점을 이유로 언급했다. ‘복지비용 증가’를 재정건전성의 악화 요인으로 들며 정부를 압박하던 민주당은 그러나 여당이 된 지금 누구보다 앞장서서 문재인 정부의 복지정책을 홍보·추진하고 있다. 민주당 지도부는 지난달 지방선거 압승 이후 처음 열린 고위 당정청 협의에서도 정부에 “재정지출을 상상 이상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깐깐한 기준을 들이대던 민주당이 말을 바꿔 ‘확장적 재정정책’을 주장한 것이다. ‘그때는 틀리고 지금은 맞다’ 식의 태도 변화가 도마에 오른 이유다.
2년 전과 비교해 정부 재정을 둘러싼 환경은 나아진 게 없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018 한국경제보고서에서 ‘한국 정부 재정은 기초노령연금 및 건강·장기요양보험 급여 지출 증가로 2060년에는 순채무가 GDP의 196%까지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회 예산정책처도 최근 OECD 32개 회원국의 국가 채무 증가 속도를 분석한 결과 한국의 국가 채무 증가율이 11.6%를 기록,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아일랜드(10.8%), 포르투갈(8.9%), 스페인(7.0%), 그리스(4.9%), 이탈리아(3.4%) 등 남유럽 국가보다도 높다고 발표한 바 있다. 결국 변한 것은 여야의 교체와 이에 따른 민주당의 입장뿐인 셈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한국당을 중심으로 재정건전화법 제정 논의가 다시 불붙고 있다. 한국당의 한 관계자는 “2년 전 법안 발의 이후 논의가 제대로 이뤄지지도 않았고 여야가 바뀐 상황에서 민주당이 법안 처리에 적극적으로 나올 것 같지도 않다”며 “제정법 형식으로 진행할지, 국가재정법에 준칙을 삽입하는 방향으로 할지를 몇몇 의원실에서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송주희기자 ssong@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