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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워치] "입에 풀칠하려 상습 절도로 교도소행"…고령화가 낳은 '우울한 미래사회'

2058년 연금 고갈 전망…생계형 노인 범죄 급증

30년 뒤 2050년엔 노인범죄율 12배 증가할수도

나이 든 자식이 고령 부모 부양…老老학대 예상

의학기술로 신체나이 젊어져 성범죄도 늘어날 듯

세대 간 합의로 '촘촘한 복지 시스템' 마련해야





“올겨울을 편안하게 날 수 있어 행복해요.”

2050년 11월 경기도 여주교도소 면회실. 수의를 입은 박모(80)씨의 얼굴에는 안심의 미소가 피어올랐다. 그는 은퇴하기 전까지만 해도 평범한 회사원이었다. 이제는 전과 10범이다. 10년 전부터 겨울만 되면 절도나 폭행 같은 가벼운 범죄를 저지르고 교도소에 들어온다. 겨울이면 함께 사는 아들 박모(48)씨는 “돈도 못 벌면서 밥만 많이 먹는다”며 하루가 멀다 하고 그를 발로 걷어찬다. 겨울에는 도로변 풀을 뽑거나 청소를 하는 공공근로 일거리가 없어 공치는 날이 많기 때문이다. 사정도 하고 달래도 봤지만 무용지물. 외둥이로 곱게 키운 아들은 2030년에 꽤 상위권인 대학을 졸업했다. 하지만 취업난에 직장을 구하지 못했고 치킨 프랜차이즈 등 이런저런 사업을 벌이다 모두 실패했다. 현재 박씨 집안의 생활비는 한 달에 한 번 나오는 국민연금 100만원 남짓이 전부다. 박씨는 “이렇게라도 해서 입을 줄여야 집안 생계가 돌아간다”며 “교도소에 들어오면 비슷한 사연을 가진 노인들이 많아 서로 위로가 되기도 해 이런 생활이 편하다”고 말했다.

빠르게 고령화가 진행되는 우리 사회에서 30여년 뒤에 충분히 나타날 법한 모습이다. 전체 인구에서 노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는 상황에서 경제적·가정적·사회적으로 미리 준비가 안 된 노인들은 범죄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

29일 경찰청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범죄자는 지난 2016년 11만123명으로 최근 5년 만에 53.5% 늘었고 지난해에는 사상 최대 규모가 될 것이 확실하다.

만약 이 추세가 지속되면 약 30년 뒤인 오는 2050년에는 노인 범죄자가 141만2,000여명으로 현재의 12배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2016년에는 전체 범죄자 중 노인 비중이 5% 정도에 그쳤지만 이런 증가 추세라면 2050년에는 산술적으로 전체 범죄자의 64%에 이를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현재의 사회를 기반으로 미래를 전망해볼 때 노인 범죄는 돈을 얻기 위한 절도, 사기, 폭력 등 경제 관련 범죄가 늘어날 가능성이 가장 높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가해자가 노인인 범죄의 증가 속도가 매우 빠를 뿐만 아니라 완력을 사용해야 하는 강력·폭력 범죄도 증가 추세”라며 “특히 경제적 빈곤으로 소주 한 병, 담배 한 갑, 삼겹살 반 근을 훔치려고 절도를 감행하는 생활형 범죄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실제 경찰청에 따르면 2014~2016년 65세 이상 노인들이 저지른 죄종 가운데 절도가 5,445건에서 9,500건으로 74.4% 늘어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강력(27.4%), 폭력(24.4%)도 20% 이상 늘었다.

노인들의 경제적 빈곤 문제는 현재도 심각한 상황이다. 지난해 국민연금을 수령한 65세 이상 노인 288만명 가운데 한 달에 100만원 이상을 받은 사람은 17만여명에 불과했다. 국민연금공단 국민연금연구원이 제시한 2017년 노후 최소 생활비가 104만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국민연금 수급자의 6%만이 연금으로 최소한의 생활비를 충당할 수 있는 셈이다. 여기에 더해 보건사회연구원은 국민연금기금이 2058년이면 고갈될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점차 늘어나고 있는 노인 학대도 미래에는 사회문제가 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현재 발생하고 있는 노인 학대 사건의 절반가량이 ‘노노(老老) 학대’인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 더 심각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보건복지부의 ‘2017년 노인 학대 현황 보고서에’에 따르면 노인보호 전문기관에 접수된 노인 학대 건수는 4,622건이었으며 이 중 학대행위자가 60대 이상인 노노 학대가 2,188건으로 전체의 42.9%에 달했다. 김윤태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치매노인을 돌보는 자녀 중 우울장애를 겪은 사람이 60%에 이를 정도로 부모 부양은 몸과 마음이 고된 일”이라며 “부양이 고될수록 가족의 일치감과 연대성은 점차 약해지고 결국 극단적인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노인 간 부양이 일반화될 2050년에는 이 같은 사건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대목이다.

의학기술의 발달로 생명이 연장되면서 성 욕구로 인한 성범죄도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현재도 노인들의 성범죄가 심심치 않게 발생하고 있다. 올 1월 충북 괴산군에 거주하는 A(81)씨가 성폭력 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징역 4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A씨는 같은 마을에 거주하는 지적장애 3급의 여성 B(48)씨를 세 차례 성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교수는 “70대 어부가 20대 남녀 네 명을 연쇄살인했던 보성 살인 사건이 벌써 10년 전”이라며 “노인 기준연령인 65세의 신체적 나이가 젊어진 것도 노인 성범죄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세대 간 사회적 합의가 미래 노인 범죄 문제를 풀 열쇠라고 지적한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노인 복지 시스템을 재정비해 사각지대 없이 촘촘하게 안전망을 구성하려는 노력과 함께 노인들의 의사소통 방식을 순화할 수 있는 재교육 프로그램도 필요하다”며 “젊은 사람들도 사회적 자원을 노인에게 할애하는 것을 기꺼이 받아들이는 사회적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종갑·오지현기자 gap@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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