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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월드컵] '여우' 신태용, '오소리'오 잡나

24일 멕시코전…두 감독의 운명이 걸린 한판

독일전 승리로 영웅된 오소리오

영웅 찬사 유지 위해 긴장 '바짝'

스웨덴전서 쓴잔 마신 신태용

멕시코전 이기면 이변의 주인공

두 감독 전술싸움도 관전 포인트

신태용(왼쪽)과 후안 카를로소 오소리오는 팬들의 비난이 익숙한 감독이다. 신 감독을 비난하는 목소리는 이번 월드컵을 통해 더 커졌고 오소리오는 이변의 승리로 반전에 성공했다. 둘은 오는 24일 첫 만남을 앞두고 있다. /AP·AFP연합뉴스




후안 카를로스 오소리오(57)는 사랑받는 감독은 아니었다. 멕시코 사령탑에 부임한 지난 2015년 10월부터 그랬다. 멕시코 대표팀에는 9년 새 12번째 감독이었고 사상 첫 콜롬비아 출신 감독이었다. 오소리오의 멕시코는 2016코파아메리카(남미선수권) 8강에서 칠레에 0대7로 졌다. 지난해 컨페더레이션스컵에서는 독일에 1대4로 졌다. ‘푸에라 오소리오(fuera Osorio·오소리오 아웃)’는 멕시코 축구 팬들 사이에서 응원구호보다 더 많이 불렸다.

‘국민 비호감’이던 오소리오는 2018러시아월드컵 독일전 1대0 승리로 단숨에 영웅으로 신분이 바뀌었다. 멕시코 국민이 오소리오에 대한 미안함을 담은 이벤트를 기획했다는 보도가 나오는가 하면 글로벌 축구 매체 골닷컴의 한 에디터는 21일(이하 한국시간) “오소리오는 미국에서 대학을 다녔고 지도자 경력도 미국에서 쌓았다. 아들들의 출생지도 미국”이라며 “미국 대표팀은 오소리오를 감독 1순위에 올려놓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의 소지품도 화제다. 노트북 컴퓨터와 이동식저장장치(USB) 대신 그는 공책과 여러 가지 색깔의 펜을 가지고 다닌다. 경기마다 전술이 다 다르다는 ‘팔색조 전술가’ 오소리오는 보고 들은 것을 모조리 기록하며 6개월간 독일을 분석했다고 한다. 지난겨울 유럽 곳곳을 다니며 축구와 관계된 사람이라면 누구나 만나 조언을 구하며 8강 이상 무대를 위한 시나리오를 그렸다.

여우 같은 전술가 오소리오에 맞서는 신태용(48)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은 현역 시절부터 영리한 플레이로 ‘그라운드 여우’라 불렸다. 감독이 돼서도 경기별·상황별로 다채로운 카드를 꺼내는 여우 같은 전술로 소기의 성과를 내왔다. 그러나 생애 첫 월드컵 무대에서는 스웨덴전 0대1 패배로 쓰라린 실패를 먼저 맛봤다. 깜짝 포메이션으로 승부수를 띄웠으나 안 하느니만 못한 승부수였다는 비난마저 거세다.



24일 0시 로스토프 아레나에서 열릴 한국-멕시코의 F조 2차전은 두 ‘지장(智將)’ 감독의 운명이 걸린 한판이기도 하다. 한국 팬들 사이에서는 ‘올인’한 스웨덴전에도 졌으니 ‘대패가 아니면 그나마 다행’이라는 자조가 흐르는 상황이다. 그러나 이번 대회 최대 이변의 주인공이 되지 말라는 법도 없다. 신 감독에게는 자신과 대표팀에 쏠린 비난을 대번에 걷어낼 수 있는 기회인 셈이다. 이기면 16강의 작은 불씨가 되살아나는 것은 당연하다. 멕시코 선수들이 감기 증세를 떨치지 못하고 있다는 것과 응원단의 부적절한 응원으로 멕시코축구협회에 약 1,000만원의 벌금이 부과된 것 등 미묘하지만 우리 쪽에 좋은 분위기로 이어질 수 있는 변수가 감지되고 있기도 하다. 경기가 시작될 현지시각 오후6시에 섭씨 30도를 찍는 로스토프나도누 지역의 더위도 이용하기 나름이다.

물론 상대는 고삐를 늦출 마음이 조금도 없어 보인다. 오소리오는 21일 ESPN 인터뷰에서 기성용(스완지시티)을 전술 핵심으로 꼽으며 “한국은 4-1-4-1 또는 4-2-3-1로 플레이한다. 한국을 잘 분석했다”고 했다. 선수들도 “3전 전승” 각오를 늦추지 않고 있다. 오소리오는 한국에 질 경우 지금의 찬사가 과거의 사퇴 촉구보다 더 무서운 비난으로 바뀔 것이라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것이다.

한국의 멕시코 분석은 신 감독뿐 아니라 스페인 출신 코치진이 모두 매달렸다. 특히 미겔 라윤(세비야), 엑토르 모레노(레알 소시에다드), 안드레스 과르다도(레알 베티스) 등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에서 뛰는 선수들을 정밀 분석했다. 레알 마드리드에서 전력 분석을 담당했던 가르시아 에르난데스 전력분석 코치는 멕시코-독일전을 현장에서 관전한 뒤 멕시코의 강·약점 등 정보를 선수들에게 부지런히 숙지시키고 있다. 신 감독은 2016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과 지난해 20세 이하 월드컵에서 모두 1차전을 승리로 이끌었다. 첫판을 지고 시작하기는 처음. 2차전 시작까지 선수들의 동기부여를 독려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양준호기자 migue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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