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검경 수사권 조정과 함께 자치경찰제를 본격 추진하기로 하면서 내년부터 서울과 세종, 제주에서 자치경찰제가 시범 실시된다.
자치경찰제는 지역 주민이 뽑은 지방자치단체장 아래 자치경찰을 두는 것이다. 자치경찰제는 중앙 정부의 경찰권을 각 지방에 분산하고, 지자체가 경찰의 설치·유지·운영을 담당하는 제도를 일컫는다.
21일 정부가 발표한 ‘검경 수사권 조정 합의문’에는 “수사권 조정은 자치경찰제와 함께 추진하기로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수사권 조정과 자치경찰제 도입 문제를 함께 추진해야 한다는 것은 검찰이 그간 강조해 온 논리였다. 경찰은 수사 외에도 치안·교통·정보 등 다양한 기능과 업무를 하기 때문에 검찰의 사법적 통제가 어렵다면 주민에 의한 통제장치라도 마련돼야 한다는 의견이었다.
자치경찰제 도입을 대선 공약으로도 제시한 바 있는 정부는 이 같은 의견을 받아들여 수사권 조정과 함께 자치경찰제를 확대 적용하기로 했다. 중앙 경찰 조직의 비대화를 견제하는 취지를 지닌 자치경찰제는 현재 제주에서만 시행되고 있다.
제주에는 2006년 우리나라 최초로 자치경찰제가 도입돼 주민의 생활안전, 지역 교통활동, 공공시설 및 지역행사장 경비, 관광객 안내, 환경·위생·산림 등 17종의 사법경찰관리의 직무를 수행해왔다.
하지만 수사권이 제한돼 있고 자치경찰의 사무가 국가경찰 업무의 극히 일부에 해당했기 때문에 ‘무늬만 자치경찰’이라는 의견도 제기됐다.
정부 합의문에 따르면 현행 제주자치경찰의 사무 수준보다 확대된 자치경찰제를 내년 안으로 서울과 세종, 제주 등지에서 시범 운영한다. 대통령 직속 자치분권위원회가 정책 주도권을 갖고 시행하며, 현행 제주 자치경찰제의 틀을 넘어서는 정책 운용 계획을 조속히 세운다는 게 정부의 구상이다.
또 ‘대통령 임기 내 전국 실시를 위하여 적극 협력한다’는 내용도 합의문에 담겼다.
자치경찰의 사무·권한·인력 및 조직 등은 자치분권위원회의 결정에 따르기로 하되, 경찰은 ▲ 자치경찰의 정치적 중립을 확보하기 위한 자치경찰위원회 설치 계획 ▲ 비(非)수사 분야(지역 생활안전·여성청소년·경비·교통 등) 및 수사 분야의 사무 권한 및 인력과 조직의 이관에 관한 구체적인 계획을 자치분권위원회에 제출하기로 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이번 합의문에서 다뤄진 자치경찰제 도입 방안은 논란의 여지를 남겼다는 의견도 나온다. 중앙 경찰 조직인 국가경찰의 기능 중 어디까지를 자치경찰에 넘겨줄지에 대한 명확한 범위와 국가경찰 사무 중 어느 부분을 자치 단체에 이관하는지 등의 구체적 내용을 담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자치경찰로 이관할 국가경찰의 수사 기능을 놓고 관련 부처가 종류와 범위 등을 협의해 결정하기로 했다. /홍승희인턴기자 shhs9501@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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