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패스 시도 804대224, 패스 성공 717대154. 볼 점유율 73%의 압도적인 경기 지배에도 유효슈팅은 단 3개. ‘무적함대’ 스페인이 이란의 ‘질식수비’에 혼쭐이 났음을 보여주는 통계다.
스페인은 21일(이하 한국시간) 러시아 카잔 아레나에서 치른 2018러시아월드컵 조별리그 B조 2차전 이란과의 경기에서 후반 9분 지에구 코스타의 행운 섞인 결승골 덕에 1대0으로 겨우 이겼다. 포르투갈과의 1차전에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에게 해트트릭을 허용하고 3대3으로 비겼던 스페인은 대회 첫 승리를 신고했다. 8년 만의 정상 탈환을 노리는 스페인은 1승1무(승점 4)로 포르투갈(1승1무)과 공동 선두를 이뤘다. 이란은 조 3위(1승1패)가 됐고 1차전에서 이란에 0대1로 졌던 모로코는 전날 포르투갈에 0대1로 지면서 2패로 조별리그 탈락이 확정됐다.
이날 경기는 예상대로 스페인의 창과 이란의 방패 대결 양상을 보였지만 객관적인 전력에서 앞선 스페인의 낙승이 되리라는 전망은 빗나갔다. 이란은 페널티 박스에 11명이 밀집해 상대의 공격을 원천 봉쇄하는 극단적인 선 수비 후 역습 전략을 썼고 여기에다 작은 충돌에도 쓰러져 일어나지 않는 ‘침대축구’를 더했다. 스페인의 공격은 질식수비를 뚫지 못하면서 전반을 유효슈팅(슈팅 10개) 없이 마쳤다. 선제 결승골은 후반 9분에 나왔다. 안드레스 이니에스타가 중앙으로 치고 들어가다가 골 지역 정면에 있던 코스타에게 공을 찔러줬고 이란 수비수 라민 레자예얀이 먼저 걷어낸다는 것이 코스타의 다리에 맞고 골문으로 빨려 들어갔다. 이번 대회 3호골을 기록한 코스타는 경기 최우수선수에 선정됐다.
이란은 패했지만 이날은 이란 여성들에게는 승리의 날이었다. 이란 테헤란의 아자디 스타디움에서 여성들이 금기를 깨고 이란-스페인 경기를 관람한 것. 여성의 남성 스포츠 경기 관람이 금지된 이란에서 여성의 축구장 입장이 허용된 것은 지난 1979년 이후 39년 만이다.
한편 앞서 로스토프나도누에서 열린 우루과이와 사우디아라비아의 A조 2차전에서는 우루과이가 전반 23분 터진 루이스 수아레스의 골로 1대0 승리를 거뒀다. 우루과이는 A조에서 나란히 2승을 거둔 러시아와 함께 16강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수아레스는 결승골로 센추리클럽(A매치 100경기 이상 출전) 가입을 자축했다.
/박민영기자 mypark@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