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북미 정상회담 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직통번호를 줬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후속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을 공식적으로 언급한 데 이어 북미 정상 간 핫라인 가동을 시사하면서 직접 대화가 상설화될지 주목된다.
15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기자들에게 자신이 김 위원장에게 자신과 연락할 수 있는 직통 전화번호를 줬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 정상회담 공동성명과 관련해 “모든 걸 얻어낸 합의문에 서명했다”면서 “오는 일요일(17일) 북한 지도자에게 전화하겠다”고 전했다.
또 북한이 한국전쟁 당시 전사한 미군의 유해를 송환하는 작업을 시작했다고 트럼프 대통령은 전했다. 이는 북미관계 개선, 평화체제 구축 등과 함께 북미 정상회담 공동성명에 담겼던 내용이다. 성명은 “미국과 북한은 신원이 이미 확인된 전쟁포로·전쟁실종자들의 유해를 즉각 송환하고 유해 수습을 약속한다”고 명시했다.
북미 정상회담에서 비핵화 방안을 구체적으로 논의하지 않은데다 북한의 인권 문제를 언급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빗발치고 있다. 이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근본적으로 북한과 전쟁할 준비가 돼 있었다”고 비판하면서 “핵전쟁을 원하지 않기 때문에 북한에 인권 개선 압박을 하지 않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을 리더십 있는 지도자로 표현하면서 그를 치켜세웠다.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싱가포르에서 조선중앙TV 여성 앵커를 칭찬하면서 그가 미국 방송에 취직해야 한다는 농담성 발언을 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 정상회담 당시 조선중앙TV를 시청한 뒤 “(자신에게 우호적인) 폭스뉴스도 북한 여성 앵커가 김 위원장을 칭찬하는 만큼은 자신을 칭찬하지 않았다”며 “이 앵커가 미국 언론매체에 취직해야 한다고 농담을 했다”고 전했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이 북한 여성 앵커를 리춘희라고 소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6년 대선 레이스 당시부터 WP와 뉴욕타임스(NYT), CNN 등 트럼프 대통령에 비우호적인 언론을 ‘가짜뉴스’로 비난해왔다. 이 언론사들이 이번 싱가포르 방문 기간에도 질문 공세를 펴자 김 위원장에게 “언론은 절대 멈추지 않는다”고 말하며 비판적 태도를 취했다.
/김창영기자 kc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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