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텃밭의 아성이 위협받고 있다. 6·13지방선거 대구·경북에 출마한 더불어민주당 후보들이 약진하면서 보수의 성지라 불리는 대구·경북에서도 의외의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최근 KBS·MBC·SBS 등 지상파 방송 3사가 여론조사 기관에 의뢰한 결과(신뢰수준 95%, 표본오차 3.1~3.5%p) 대구시장은 자유한국당 권영진 후보(28.3%)가 민주당 임대윤 후보(26.4%)에게 오차범위 내에서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1.9%p 차이로 말 그대로 박빙이다. 경북지사는 한국당 이철우 후보가 29.4%, 민주당 오중기 후보 21.8%로 7.6%p 차이를 보였다.
여론조사가 치열한 접전 양상을 보이면서 대구·경북 민심이 흔들리는 것 아니냐는 분위기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대학생 김모(25)씨는 “예전에는 주로 진보 정당을 지지하는 젊은 층 중에서는 일부 보수 정당을 좋아하는 사람도 없지 않았다”며 “그러나 이번에는 주위 젊은 사람이나 친구들 사이에 보수 정당을 찍겠다는 사람은 찾아볼 수 없다”고 했다. 달성군에 사는 직장인 박모(46)씨는 “달성군은 최근에 젊은 층이 많이 유입된 곳이어서 군수와 시장 모두 한국당보다는 무소속이나 집권여당 후보가 더 관심을 받는 것 같다”고 전했다.
2030 청년층뿐 아니라 중장년층에서도 이번에는 다른 선택을 하겠다는 유권자를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포항에 거주하는 주부 이모(56)씨는 “언제까지 특정 정치세력만 지지해야 하느냐는 말을 주변에서 많이 듣는다”며 “이번에는 분위기가 확실히 예전과 다르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개혁 보수를 내세운 바른미래당이 보수층의 대안으로 떠오르지 못하는 것도 민주당의 상승세에 기여하고 있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반면 일부 보수층에서는 겉으로 드러난 것과는 달리 투표소에 가면 한국당을 찍는 유권자가 많을 것이라는 낙관론도 나온다. 이른바 ‘샤이 보수’들이 결집할 거라는 얘기다. 실제로 대구·경북만큼은 한국당 후보가 당선돼야 한다는 얘기가 위기감을 느낀 장년과 노년층을 중심으로 널리 퍼지는 분위기다.
대구 북구 주민 박모(79)씨는 “솔직히 이번에는 투표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민주당 후보가 될 것 같다고 해 투표장으로 갈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경북 안동에 사는 정모(69)씨는 “그래도 이곳은 한국당 후보가 돼야지”라며 “젊은 사람들은 몰라도 나이 많은 사람들은 변함이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지역의 한 정치 인사는 “한국당 후보가 전멸하면 집권여당을 견제할 세력이 사라진다는 이유를 굳이 대지 않더라도 대구·경북은 한국당 지지 민심이 여전히 바탕에 깔려있다”며 “이들이 대거 투표장으로 간다면 예년 선거 결과와 크게 다르지 않으리라고 본다”고 예측했다.
/권혁준인턴기자 hj7790@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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