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섯 옆에서>
한 송이의 버섯을 피우기 위해
봄바람 부는 날부터 우리는 그렇게 기다렸나 보다
한 송이의 버섯을 피우기 위해
이른 아침 잠기운 속에서
또 그렇게 참나무에 물을 뿌렸나 보다
이제나 저 제나 언제 나올까 조바심 내다
동그란 흰 점의 종균에서
인제는 나와 세상 앞에 선
마트 매장에 있는 것 같이 생긴 버섯이여
누런 네 버섯이 피려고
간밤에 달빛이 저리 비치고
내게는 내일 아침 할 일에 잠을 잤나 보다
서정주 시인의 ‘국화옆에서’를 빌려 표고버섯 키우는 과정을 그려봤다.
올 5월 지역행사인 용문산나물축제에 갔다가 나물 대신 버섯을 키우는 참나무를 샀다. 나무 1개에 8,000원 정도 했는데 5섯개를 샀다. 낑낑대며 어깨에 짊어지고 차까지 가져가는데 와이프는 왜 이런걸 사자고 해서 이런 고생을 시키나 원망이 들었다. 버섯농장 하는 아저씨의 설명으론 햇빛 안 드는데 두고 수시로 물을 뿌려야 한다고 했다. 얼핏 방법은 간단해 보였다. 인터넷 검색도 안 해보고 그냥 물만 주면 되겠지 했다. 그렇게 아침마다 물조리개로 참나무에 물을 뿌렸다. 사실 버섯재배가 이렇게 간단 한 건가 의문도 들었다. 이럴 거면 차라리 키워서 먹지 왜 사 먹나는 생각.
하지만 세상에 쉽게 되는 법은 없는 법. 꽤 긴 시간이 흘렀다. 종균에서 아주 작은 뭉치 같은 게 달라붙은 것이다. 와 되는구나. 나도 모르게 탄성이 나왔다. 이제 하나가 나왔으니 다른 애들도 줄줄이 나오겠지 희망이 부풀어 올랐다. 힘을 얻어 아침에 눈곱도 떼지 않은 채 열심히 물을 주었다. 미리 나온 버섯송이는 날이 다르게 쑥쑥 커갔다. 그런데 하루 이틀, 일주일이 지났는데도 다른 나무엔 소식이 없다. 도대체 무슨 일이 생긴 걸까. 버섯농장 아저씨가 샘플용인지 가져다 놓은 나무엔 무성하게도 자란 모습인데.
전시 상품에 속은 걸까. 아저씨가 명함까지 주면서 잘 안되면 찾아오라고 했는데 과대광고를 했을까. 일단 달랑 한 송이 나온 애는 클 만큼 큰 것 같아 그냥 따 버렸다. 귀한 버섯 한 송이, 와이프가 송송 썰어서 제육볶음 할 때 넣었는지 몇 조각 보였다. 아쉬운 대로 맛만 보는데 만족했다. 버섯농장을 찾아가 ‘AS’를 받던지 버섯 재배 노하우를 전수받던지 해야겠다. 버섯 부농의 꿈(?)은 기다림과 배움의 과정을 거쳐야 하나보다. /최남호기자 yotta7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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